“중국 분노청년 ‘펀칭 세대’를 주목하라”

  • 입력 2009년 5월 8일 20시 07분


지난해 중국 베이징올림픽 성화 봉송이 프랑스 파리에서 방해받자 중국에서 프랑스 기업 '까르푸'에 대한 불매 운동이 일어났다. 한국에서 성화 봉송 때 한국인과 중국인이 충돌하자 중국 인터넷에는 '분노의 글'이 쏟아졌다. 중국 신세대를 표현하는 별명 중 하나인 '화가 난 젊은이(Angry Youth)'가 벌인 대표적인 행동이다.

중국에서는 이런 젊은이들을 '분노청년'의 약자인 펀칭(憤靑·분청)으로 부른다.

최근 펀칭을 포함해 중국 젊은이를 분석하는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미국 부르킹스 연구소는 지난달 말 펀칭의 등장배경과 이들의 영향에 대해 세미나를 열었다. 최근 홈페이지에 공개된 속기록에 따르면 펀칭은 1990년대 후반에 처음 등장해 현재는 광범위하게 퍼져있다. 또 이전 세대와 비교해 볼 때 반미와 과도한 국수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이들은 1980년 이후 태어난 젊은이들로 정치적 의사표현이 비교적 자유롭고 사회비판에도 적극적인 누리꾼으로 악플러의 의미도 가졌다. 외동아들, 딸로 자라났고 민족의식이 강하다.

실제 중국 인터넷에는 뉴스에 종종 1만 여 건의 댓글이 붙을 정도로 참여가 활발하고 3억1600만여 명의 누리꾼 중 1억6200만 명이 블로그를 열 정도로 자기표현이 활발하다.

따라서 펀칭이 맹목적 국수주의로 흐를 경우 세계에 위협적인 요소가 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날 세미나 참석자들은 펀칭의 한 특징으로 애국주의를 꼽기도 했다.

다만 펀칭을 세분해서 볼 필요성이 제기됐다. 주제발표를 한 중국 구글 리카이푸(李開複) 총재는 펀칭에는 동음이의어로 두 종류가 있다고 설명했다.

'펀투(奮鬪·분투)'의 '펀'을 따 열정적이고 근면하면서도 사회 책임감을 강하게 느끼는 '펀칭'(奮靑)과 '똥'을 뜻하는 '펀(糞)'에서 유래한 무식하고 막무가내이며 충동적인 '펀칭'(糞靑)이 있다는 것.

리 총재는 서방 세계의 눈에 비친 펀칭은 대부분 두 번째 부류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는 이런 신세대를 주류로 보지 않았다. 과격한 행동이 실제보다 크게 느껴질 뿐이라는 것이다.

또 일부 전문가는 펀칭의 사회비판적 속성이 긍정적 측면이 크며 중국 사회 투명화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와 함께 중국 환추시(環球時)보는 최근 이코노미스와 뉴스위크 등 서방언론을 인용해 그동안 중국 신세대에는 '이기적', '무책임' 등 부정적인 이미지가 주류였는데, 최근 달라지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신세대에는 '딸기세대(겉만 화려하고 야물지 못하다)', '뻥(誇張)세대', '무식한 세대' 등의 별명이 붙어있다.

하지만 지난해 올림픽 때 애국주의 열풍과 자원봉사 바람이 사회적 호평을 받으면서 올림픽 주경기장 이름을 딴 '냐오차오(鳥巢)세대'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최근에는 쓰촨 대지진때 자원봉사자 붐에서 유래해 당시 가장 피해를 입은 지역을 따 '원촨(汶川)세대'라는 긍정적 표현이 등장하고 있다.

베이징=이헌진 특파원mungchii@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