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 만국박람회?

  • 입력 2009년 4월 2일 02시 58분


全세계서 수만명 런던 집결

일부 은행 난입… 과격 양상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하루 앞둔 1일 영국 런던에서 각종 대규모 반대시위가 벌어져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오전부터 금융중심지인 시티지역에 모이기 시작한 인파는 오후가 되면서 급격히 늘어났다. 일부 시위대는 로열뱅크오브스코틀랜드(RBS) 본사 건물의 창문을 부수고 들어가는 등 과격 양상을 보였다.

런던은 경찰병력 3000여 명을 곳곳에 배치하는 등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최대 규모의 경비에 나섰다고 BBC 등 영국 언론이 1일 전했다. 런던에는 세계 각국에서 온 시위대 수만 명이 밀집해 ‘시위 박람회장’을 방불케 했다. 세계 정상들 앞에서 직접 불만을 표출할 수 있는 데다 세계 언론의 주목도 받을 수 있어 내로라하는 시민사회단체가 다 모였기 때문이다. 내건 슬로건도 반(反)자본주의, 환경, 반전, 기후변화, 티베트 지지, 빈곤 및 불평등 해소 등 각양각색이다.

반자본주의자와 환경론자들이 연합한 ‘G20 멜트다운’은 1일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BOE) 앞에 모여 ‘금융 만우절(Financial Fool’s Day)’이라는 대규모 거리 행진을 했다. 전단에는 ‘은행을 무너뜨려라’라는 슬로건과 함께 1789년 바스티유 감옥을 습격했던 프랑스 혁명 이미지에 밧줄에 매달린 은행원의 모습을 담았다. 또 다른 반전 시위대는 미국대사관 앞에서 트래펄가 광장까지 행진했고 일부 환경주의자는 24시간 텐트 시위를 벌였다.

런던 경찰은 정상회의 당일인 2일에는 최대 2000명의 시위대가 런던 중심부 ‘스퀘어 마일’에 운집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을 포함해 130여 개의 주요 기관이 입주해 있어 자칫 대규모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더구나 지난달 31일 영국은행 근처에서 폭발물이 든 것으로 의심되는 소포가 발견되면서 경계수준이 한층 높아졌다. 영국 보안당국은 ‘글렝코(Glencoe) 작전’으로 명명된 초비상 보안계획까지 세우고 전기충격기로 무장한 경찰 3000여 명을 시내 곳곳에 배치하고 주요 시설물에 대한 통제에 들어갔다. 3000여 대의 감시카메라도 곳곳에 설치됐다. 경찰은 테러 가능성에 대비해 템스 강바닥까지 샅샅이 뒤지고 있다. 시위가 폭력사태로 번질 경우 경찰 인력을 2배로 늘릴 계획까지 세웠다.

김재영 기자 redfo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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