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바레인은 우리땅” 발언에 중동 시끌

  • 입력 2009년 3월 31일 02시 54분


지난달 하메네이의 고문 언급… 이집트등 親美국가 발끈

중동의 작은 국가 바레인 때문에 아랍권 내 친(親)이란 국가들과 친미 국가들 간의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사건의 발단은 이란 최고 통치가 아야톨라 하메네이의 고문인 알리 악바르 나테크누리가 2월 10일 “바레인은 과거 이란의 14번째 주(州)였다”고 말한 것에서 시작됐다. 그의 말은 바레인이 1971년 영국에서 독립해 국가를 세웠는데도 여전히 일부 이란 정치인은 바레인을 포기하지 않고 있음을 드러낸 말이었다. 과거 이란은 이란의 전신 페르시아가 1602년부터 1782년까지 바레인을 지배했던 것을 근거로 1958년 당시 영국의 지배를 받고 있던 바레인을 자국 영토의 일부라고 선언한 바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이란에 대해 평소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던 친미 성향 국가들의 심기까지 거스른 것. 평소 레바논과 이라크에서 영향력을 확대하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을 비난한 것에 불만을 품고 있던 이들 국가 원수들은 노골적으로 바레인 편들기에 나섰다.

호스니 무바라크 이집트 대통령과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은 일부러 바레인을 방문해 바레인을 지지하는 발언을 했다. 사우드 알파이살 사우디아라비아 외교장관은 아랍국들에 아예 “이란의 도전에 대응해야 한다”고 노골적으로 호소하기까지 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이란 대통령은 “이란과 이웃 국가들이 마찰을 빚는 것을 원하는 세력들이 누리 고문의 발언 중 일부만 발췌해서 이용하고 있다”고 불편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지만 이란 외교부는 “바레인의 주권을 존중한다”는 성명을 내고 적극적으로 무마에 나섰다.

한편 친미 아랍국들은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이란과의 관계 개선에 나선 것까지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 미국이 이란에 관심을 쏟는 만큼 다른 아랍국들에 대한 관심은 적어질 수밖에 없고 이는 친미 아랍국들의 국익과 직결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다. 아랍에미리트 싱크탱크 걸프연구센터의 무스타파 알라니 연구원은 “미국은 이란과의 관계를 안정화하는 것이 중동 외교에서 가장 핵심적인 사안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우리(친미 진영)는 이것을 걱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장택동 기자 will7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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