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개혁파 기수 하타미 “대선 출마”

  • 입력 2009년 2월 10일 02시 59분


8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8일 대선 출마 선언을 하기 위해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하마드 하타미 전 이란 대통령. 테헤란=로이터 연합뉴스
강경 보수 現대통령과 치열한 싸움 예상

“비록 나의 개혁정책은 열매를 맺지 못했지만, 아직도 (개혁은) 필요하다고 믿습니다.”

이란 개혁파의 기수인 모하마드 하타미 전 대통령이 대선(6월 12일)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는 8일 테헤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란의 운명을 걱정하는 사람으로서 침묵을 지킬 수 없다는 생각에 출마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개혁성향인 하타미 전 대통령의 출마 선언으로 이란 대선은 강경 보수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현 대통령과 ‘보수-개혁’ 진영 간 치열한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반영해서인지 이날 이란의 국영방송은 물론이고 영어 뉴스채널들도 하타미 전 대통령의 출마 기자회견을 생중계하지 않았다.

하타미 전 대통령은 1997년 대선에서 70%의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돼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보수파가 권력을 지배해 오던 이란 정치판에 일대 변혁을 가져왔던 인물. 2001년 대선에서도 77%의 득표율로 재선에 성공해 8년간 재임하면서 종교지도자들의 제왕적 권력의 제한을 시도하는 등 개혁 조치를 단행했다.

대외적으로 그는 핵개발을 위한 우라늄 농축을 중단하고, 아프가니스탄의 탈레반 정권에 대한 미국의 군사공격을 암묵적으로 지지하는 등 미국과 서방세계와의 화해를 시도했다. 그는 영화 등 문화활동에 자율성을 부여하고, 여성의 사회활동을 독려했다.

그러나 시아파 성직자가 최고 권력을 휘두르고 있는 이란 특유의 권력구조로 하타미 전 대통령의 개혁정책은 번번이 가로막혀 ‘실패한 개혁가’로 평가받았다.

결국 2005년 대선에서 최고 종교지도자인 알리 하메네이의 지지를 받는 아마디네자드 후보가 대승을 거두었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모하마드 알리 압타히 전 부통령은 “1979년 이슬람혁명 이후 처음으로 이란 국민들이 후보의 정책을 몸으로 체험하고 투표하는 대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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