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격 맞은 유엔창고 구호품 수백t 불타

  • 동아일보
  • 입력 2009년 1월 16일 02시 58분



사망자 1000명 넘어… 하마스 “휴전안 수용”

“유엔 팔레스타인난민기구(UNRWA) 건물 내 창고에 불이 붙었다. 구호품이 수백 t 보관돼 있는데 지금도 불타고 있어 현장 접근이 불가능하다.”(요한 에릭손 UNRWA 대변인)

가자지구 구호활동을 총괄하던 UNRWA 본부건물이 이스라엘 지상군 탱크 공격을 받은 15일 오후, 에릭손 대변인은 본보와 휴대전화 통화에서 다급한 목소리로 “구호활동을 지속할 수 없을 정도다”라고 말했다. 결국 UNRWA는 이날 가자시티 내 활동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공격당한 건물은 주민 700여 명이 피난처로 사용해 온 곳이었으나 인근 학교 건물로 이동해 있어 인명 피해는 없었다. 하지만 유엔 구호요원 3명이 부상당했고 창고에 있던 구호품들과 수송 차량 5대가 불에 탔다.

건물에 떨어진 폭탄은 끔찍한 화상을 유발해 민간지역에서 사용이 금지된 백린탄이라고 구호 관계자들이 전했다.

휴전 중재차 중동지역을 방문 중인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유엔기구 본부건물 포격에 대해 “강한 항의와 분노를 표시한다”며 진상조사를 요구했다. 반 총장은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나에게 (이번 포격은) 중대한 실수였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이날 이스라엘군은 150만 명이 밀집한 가자시티 중심부로 진격해 병원과 학교까지 무차별 공격을 가해 주민 수천 명이 대피에 나섰다. 이날 AP통신은 “이스라엘이 개전 이래 가장 격렬한 도심 시가전을 벌였다”고 보도했다.

이집트에서 휴전협상 중인 하마스 측은 이날 이집트의 중재안에 대해 큰 틀에서 수용하며 세부 이행 방안과 관련한 요구사항을 이집트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도 이날 아모스 길라드 국방부 외교군사정책국장을 카이로로 보내 후속 협상을 벌였다. 이집트는 이 자리에서 인도주의적 구호활동과 장기적 휴전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가자지역 전투를 10일간 중지하는 임시 휴전안을 제안할 예정이다.

가자지구 보건당국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27일 개전 이후 팔레스타인인 1055명이 사망했으며 4850명이 부상당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모아웨야 하사네인 응급의료센터장은 “사망자 중 3분의 2가 민간인이며 어린이가 322명, 여성도 76명 포함돼 있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