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경제 끝 모를 침체 3題

  • 입력 2009년 1월 10일 03시 04분


《미국 경제가 끝 모를 침체에 빠져들고 있다. 기업들의 감원 한파가 이어지면서 실업자가 급증하고 미국 경기를 지탱해온 소비는 급속도로 얼어붙었다. 근로자들의 퇴직연금계좌가 보유 중인 주식 값이 급락하면서 퇴직을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에 비상이 걸렸다.》

최고… 12월 실업률 7.2%… 16년만에 가장 높아

미국의 지난해 12월 실업률이 7.2%를 나타내 1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미 노동부가 9일 밝혔다.

이는 작년 한 해 260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진 것이다.

또 이달 3일 기준으로 전체 실업자 수가 461만1000명으로 한 주 전에 비해 10만1000명 증가하면서 1982년 이후 26년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이는 월가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450만 명보다 10만여 명이 더 많은 수치다.

지난주(12월 29일∼1월 3일) 신규 실업수당 신청자는 46만7000명으로 한 주 전에 비해 2만4000명이 줄었다.

최악… 연말소비 1.7%↓… 40년만에 최대 감소

세계 최대 소매유통업체 월마트는 8일 작년 12월 판매(동일 점포 기준)가 월가 전망치보다 낮은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면서 4분기(10∼12월) 실적이 당초 예상을 밑돌 것이라고 밝혔다. 월가 전문가들은 월마트의 12월 판매가 2.8% 증가했을 것으로 예상했다.

‘낮은 가격’이 중요한 경쟁력이기 때문에 보통 경기침체 때 매출이 늘어나는 월마트 매출마저 부진하다는 것은 미국 소비가 얼마나 위축되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미국 국제쇼핑센터에 따르면 작년 11월과 12월 두 달간 미 유통업체의 판매는 1년 전보다 1.7% 감소해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70년 이후 가장 큰 감소폭을 보였다.

급락… 퇴직연금 주식 가치 1년새 1조달러 줄어

지난해 주식시장 침체로 미국 근로자들이 월급을 떼어내 모아온 퇴직연금(401k) 보유 자산가치가 급락하면서 퇴직을 앞둔 베이비부머 세대들의 은퇴 설계에 비상이 걸렸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8일 전했다.

1980년에 도입된 401k는 미국 내 근로자 약 5000만 명이 가입해 있으며 보유자산 규모는 총 2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보스턴칼리지 은퇴연구센터에 따르면 2007년 10월 주가가 정점을 찍은 후 1년간 401k가 보유한 주식 가치는 1조 달러가량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20년 이상 401k에 가입한 55∼64세의 베이비부머 세대 근로자들이 작년 한 해 동안 대략 20%의 손실을 본 것으로 추산돼 이들의 퇴직 후 인생 설계가 막막해졌다.

뉴욕=신치영 특파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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