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금융위기 대처능력 희비갈린 두 기관

  • 입력 2009년 1월 6일 03시 04분


재무부 타이밍 놓쳐 헛다리 정책 남발

FRB 유동성 신속 공급 ‘역시 한수위’

정책 당국이 촌음을 다투며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했던 금융위기 상황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미 재무부보다 훨씬 잘 대처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3일 미 경제전문지 포천에 따르면 벤 버냉키 의장이 이끄는 FRB는 창의적이고 재빠른 행보를 보인 반면 헨리 폴슨이 수장인 재무부는 ‘헛다리 짚는’ 정책만, 그것도 느릿느릿 내놓았다고 비판했다.

이는 경제 전문방송인 CNBC가 2일 펀드매니저와 경제 분석가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버냉키 의장이 B-학점을 받은 반면 폴슨 장관은 C학점에 그친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 잡지는 FRB가 잘한 점으로 지난해 12월 기준금리를 사실상 제로금리로 낮춘 점을 꼽았다. 파격적인 금리 인하에 대해 미 국채의 매력을 떨어뜨린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급속히 진행되는 경기 하강을 완충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

또 FRB가 유동성을 신속하게 공급해 대출의 숨통을 틔워 놓은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FRB는 소비자금융시장에서 신용경색을 해소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헤지펀드들에도 ‘시한부 자산담보증권대출제도(TALF)’ 가운데 일부 자금을 제공하는 등 파격적인 조치를 취했다.

반면 재무부는 금융위기 속에서 소극적이고 오락가락하는 태도만 보였다고 이 잡지는 비판했다.

재무부는 지난해 9월 말 의회에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법안을 제출하면서 처음에는 공적자금을 금융권 부실채권을 매입하는 데 사용하겠다고 밝혔다가 한 달도 안돼 소비자금융에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는 등 말이 자꾸 바뀌었다. 이후로도 뚜렷한 후속 방침을 발표하지 않고 침묵만 지켜 경제 주체들의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이 잡지는 덧붙였다.

이 잡지는 비록 아직 일련의 조치들이 구체적인 효과를 내고 있지는 못하지만, 금융위기라는 최악의 상황에서 FRB가 가진 모든 카드를 내놓으며 고군분투하는 사이 재무부는 대응이 너무 느렸다고 지적했다.

노지현 기자 isityo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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