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2008년 12월 6일 03시 00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뭄바이식 테러와 전쟁? 소그룹 동시다발 테러 대책에 골머리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100일 이내에 무슬림 국가의 수도를 방문해 새로운 외교정책 기조에 대한 특별 연설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뉴욕타임스가 5일 당선인 측근을 인용해 보도했다.
장소는 미정이지만 미국 대통령이 이슬람권 국민을 향해 서방과 이슬람권이 화합의 새 시대를 함께 열자고 호소하는 역사적 이벤트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적극적 외교전을 비롯해 내년 1월 20일 출범하는 오바마 정부는 테러와의 전쟁에 대해서도 새로운 접근법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팀’의 감독 교체는 서방세계 대(對) 이슬람 근본주의 세력의 대결 양상에도 적잖은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 |
▽알카에다의 고민?=오바마 행정부의 출범은 알카에다를 비롯한 테러조직과 반미(反美)를 존재의 당위성으로 내세워 온 극단적 이념세력에겐 달갑지 않은 변화일 수 있다.
알카에다 등은 미국을 백인 우월주의자들이 주도하는 기독교 제국주의의 상징으로 묘사하면서 무슬림 청년들을 ‘성전(聖戰)’에 동원해 왔다. 그런 점에서 신보수주의자(네오콘)가 득세했던 조지 W 부시 행정부는 최상의 공격 재료였다.
그러나 흑인이며 무슬림인 아버지를 둔 오바마의 대통령 당선은 근본주의 세력에겐 ‘적(敵)의 선명성’을 약화시키는 악재일 수 있다.
알카에다의 2인자 아이만 알자와히리가 최근 오디오 메시지를 통해 “오바마는 무슬림의 적들 편에 선 ‘abid al-beit’(‘길들여진 니그로’로 번역될 수 있는 아랍어 표현)”라고 비난한 것도 그런 초조감의 발로라는 분석이 많다.
알자와히리는 이슬람으로 개종한 1960년대 흑인 지도자 맬컴 엑스를 ‘영예로운 블랙 아메리칸’이라고 지칭하며 오바마 당선인과 대비시킴으로써 흑인사회 내부의 인종적, 종교적 분열을 꾀했다.
프랑스 파리 소재 정치문제연구소(IPS)의 질레스 케펠 연구원은 포린폴리시와의 인터뷰에서 “알카에다 지도자가 매우 인종차별적 표현으로 오바마를 비난한 것은 그들이 내부적으로 심각한 곤경을 느끼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바마의 고민?=워싱턴 인근 연방수사국(FBI) 훈련센터에선 2일부터 미국 전역의 대테러 담당 요원들이 모여 인도 뭄바이 테러에서 나타난 새로운 테러 양상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미국 언론들이 인용한 참석자들의 전언에 따르면 이 논의에서는 10곳 이상의 장소에서 기동력을 갖춘 소규모 테러그룹이 동시다발적으로 움직이는 새로운 테러공격은 사전에 차단하기가 까다롭다는 우려가 많이 나왔다.
결국 알카에다의 뿌리를 뽑는 것만이 해결책일 수밖에 없다. 오바마 당선인도 그동안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이 알카에다 박멸을 위한 노력을 흩뜨렸다”며 알카에다 추격에 자원을 집중하겠다고 다짐해 왔다.
하지만 오바마 행정부라고 해서 성과 면에서 특별한 차이를 내기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도 많다. 마이클 헤이든 중앙정보국(CIA) 국장은 최근 “오사마 빈 라덴 추적은 항상 CIA의 우선순위에서 1위였다”며 “더 할 수 있는 게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대량살상무기(WMD)의 확산 경로가 갈수록 복잡하고 다양해져 테러세력의 접근이 용이해진 것도 오바마 당선인이 마주해야 할 어려운 과제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