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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11월 7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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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이 미국 대선에서 희망을 얻고 자극을 받았다면 다행이다. 1961년생으로 우리의 ‘386 세대’에 해당하는 오바마 당선인이 보여준 변화의 가능성, 통합의 능력, 지향하는 비전을 따라 배워 실천에 옮긴다면야 우리의 정치발전을 위해 유익한 일이다. 단순히 당명이 같고, 정책의 무늬가 엇비슷하다는 이유만으로 들떠 있는 것이라면 차분한 자세로 두 나라 민주당의 같은 점과 다른 점을 따져봐야 할 것이다.
1792년 창당한 미국 민주당은 보수 성향의 공화당과 쌍벽을 이루면서도 극단을 피하고 온건 진보노선을 견지함으로써 정권 교체 세력으로서의 위상을 확고하게 굳혔다. 지금의 당명도 170년 이상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민주당은 50여 년의 전통을 내세우지만 보스와 정파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합집산을 밥 먹듯이 했다. 노선이 오락가락하고 당명도 수없이 바뀌었다. 현재도 당의 지향점과 정체성(正體性)이 혼란스럽기 짝이 없고 지금의 당명으로 바꾼 지도 4개월밖에 안 된다.
오바마 당선인은 무명의 정치인에서 일약 스타로 떠오른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 연설에서 편 가르기가 아니라 통합(統合)의 정치를 호소했다. “우리를 분열시키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진보적인 미국이 따로 있고 보수적인 미국이 따로 있는 게 아닙니다. 하나의 미국이 있을 뿐입니다.” 오바마는 진보적인 정책을 보수적인 논리로 말해 백인과 보수적인 세력의 저항감을 사지 않았다.
더 중요한 것은 공당(公黨)으로서의 행태다. 미국의 민주당은 의회를 박차고 나가 불법 시위대의 꽁무니를 쫓아다닌 적도 없다. 스스로 만든 법을 어기면서까지 국회 운영을 보이콧하는 일도 없다. 하원에서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지만 7000억 달러 구제금융 법안은 공화당보다 더 적극적으로 지지했다.
한국 민주당이 미국 민주당을 닮고 싶으면 참 모습을 닮아야 한다. 그리고 선거에서 패한 뒤 “오바마는 나의 대통령”이라고 한 존 매케인 공화당 후보의 깨끗한 승복 자세도 배웠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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