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캐나다 교포들의 독도 살리기 운동

  • 입력 2008년 7월 16일 20시 00분


미국 워싱턴의 의회도서관이 독도의 검색 주제어를 현재의 'Tok Island'에서 '리앙쿠르 암석(Liancourt Rocks)'으로 바꾸려던 방침을 보류했다.

미 의회도서관은 16일 "사안의 민감성을 감안할 때 의견수렴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해 관계기관으로부터 충분한 의견을 들을 때까지 심의를 보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의회도서관은 지난해 말 독도 관련 문헌을 수집 정리하는 과정에서 미국지명위원회(US Board on Geographic Names)가 독도를 'Liancourt Rocks'로 표기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그동안 사용해 오던 주제어인 독도의 변경 여부를 16일 주제어 편집회의에서 논의할 예정이었다.

최근 한일 간 독도 논란과는 무관하게 논의를 진행해 오던 미 의회도서관에 '사안의 민감성'을 알린 주역은 캐나다와 미국의 평범한 한인 교포들이었다.

캐나다 토론토대 동아시아도서관의 한국학 책임자인 김하나 씨는 미 컬럼비아대 도서관에서 매주 e메일로 보내주는 사서정보에서 주제어 변경 회의 일정을 발견했다.

북미지역 동아시아도서관협의회(CEAL) 한국자료분과위원회 회장을 맡고 있는 김 씨는 북미와 호주, 뉴질랜드, 프랑스에 있는 한국계 사서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의견을 모은 뒤 14일 의회도서관에 서한을 보냈다.

김 씨는 서한에서 "의회 도서관이 주제어를 변경하려는 이유가 중립적이라는 걸 이해하지만 현실에선 현재와 미래의 협상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성급한 결정 대신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김 씨는 또 이태식 주미 한국대사와 미국 내 주요 한인 교수들에게도 e메일을 통해 사안의 시급성을 알렸다.

김 씨는 2001년 충북 청원군의 한국교원대를 졸업하고 캐나다 맥길대에서 도서·정보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캐나다 노바티스 제약회사 정보전문가 등으로 근무했다.

지난해 미 하원에서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규탄 결의안이 채택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미국 내 한인교포들도 이 소식을 듣고 긴급 대응에 나섰다.

뉴욕뉴저지 한인유권자센터(소장 김동석)는 하원 외교위원회 하워드 버먼 위원장, 에니 팔레오마베가 아시아태평양 소위원장을 비롯한 민주 공화 양당의 외교위 소속 의원 48명 전원에게 편지를 보내고 전화를 걸었다. 의원 중 상당수는 위안부 결의안 로비 때 인연을 맺은 뒤 한인들이 후원금 모금회를 열어주며 친분을 맺어온 사이다.

또 위안부 결의안 풀뿌리 운동 때와 마찬가지로 동포들과 각 한인단체에 편지 양식을 보내 교민들이 직접 의회 도서관장과 지역구 의원에게 편지를 보내도록 했다.

의회 도서관의 결정에 민간 차원의 이런 노력이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교민들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위안부 결의안 통과,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 촉구에 이은 '제3의 풀뿌리 운동'을 준비하고 있다.

김 소장은 "'심의 보류'가 아니라 '독도'란 명칭을 영구히 고정시켜야 한다"며 "미국에서 일본과 맞서 이길 수 있는 무기는 일본이 갖지 못한 교민들의 '풀뿌리 역량'이므로, 한국 정부와 무관하게 한국계 유권자 차원의 풀뿌리 운동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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