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日국립대 “홍보 달인 모셔라”

  • 입력 2008년 6월 19일 02시 57분


지원자 감소-정부지원 줄어 자구책

전문가 영입, 학교광고-신입생 유치

저출산으로 인한 지원자 감소, 법인화에 따른 정부 지원 축소…. 치열한 생존경쟁에 직면한 일본 국립대들이 홍보 부문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앞 다투어 ‘프로’ 홍보담당자를 초빙하고 있다고 아사히신문이 최근 보도했다. 민간기업 홍보담당자, 광고회사 직원, 과학 프리랜서, 진학학원 컨설턴트 등 이들의 이력도 제각각이다.

올해 4월 신슈(信州)대 홍보정보실장으로 취임한 이토 나오토(伊藤尙人·49) 씨는 광고회사 출신. 대학 측이 “내부에서 인사 발령한 직원으로는 전략적인 홍보가 불가능하다”며 실시한 외부 공모에서 25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선발됐다.

취임 직후 그는 먼저 대학 홈페이지와 홍보지에 손을 댔다. 제각각이던 학부와 학과 홈페이지 체제를 통일했고 홍보지를 받을 대상을 명확히 하면서 광고도 유치했다. 대학 측은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아이디어를 보며 “물 만난 고기 같다”고 감탄했다.

2005년 호쿠리쿠(北陸)첨단과학기술대학원대 홍보실장이 된 마쓰시마 겐이치(松島健一·59) 씨는 건설회사 홍보실장 직을 던지고 대학으로 옮겼다. 그는 가장 먼저 보도자료에 힘을 쏟았다. 교원이 쓴 것을 그대로 내보내던 것을 일일이 다시 정리했다. 그 결과 보도자료가 기사화된 건수가 1년 새 60% 늘었다. 그는 “쓰는 방식을 바꿔야 주목도를 높일 수 있다. 전 직장 홍보실의 경험이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도쿄(東京)대 공학부 홍보실은 지난해 7월 가사일 등을 과학의 눈으로 설명해 온 프리랜서 과학해설가 우치다 마리카(內田麻理香·33) 씨를 홍보전임 특임교원으로 초빙했다. 이 학교에서 박사과정까지 공부한 경력과 아기 엄마라는 부드러운 이미지를 높이 산 것.

학교 측이 의도한 대로 우치다 씨는 TV에 출연해 ‘요리의 과학’을 알기 쉽게 설명하고 강연회에서 여고생과 학부모에게 이공계 공부의 즐거움을 알리는 등 인기를 누리고 있다. 여고생을 위한 무료 공학계 진학정보지에 실린 학교 광고에서는 모델 역할도 맡았다. 학교 측은 “공학은 이미지가 딱딱해 여학생들이 기피하지만 우치다 씨를 보면 인상이 달라질 것이다. 그야말로 ‘걸어 다니는 광고탑’인 셈”이라고 즐거워했다.

우수한 입학생을 확보하기 위한 ‘입시홍보’에서도 프로들의 활약이 두드러진다.

시즈오카(靜岡)대는 2003년 10월 입시센터를 신설하면서 이를 담당할 전임교수를 공모해 입시학원에서 컨설턴트로 일해 온 데라시타 사카에(寺下榮·57) 씨와 수험잡지 편집장이던 무라마쓰 쓰요시(村松毅·55) 씨를 초빙했다.

두 사람은 2006년 입시에서 “사립대로 빠져나가는 수험생을 유인하기 위해 시험과목을 줄이자”고 제안했다. 이 학교의 6개 학부 중 3개 학부가 이를 받아들였고 그 결과 지원자가 부쩍 늘었다. 두 사람은 또 매달 시즈오카 역 앞에서 진학상담회를 열거나 합격자들의 성적을 공표하도록 해 수험생들이 시즈오카대를 선택하기 쉽도록 했다.

학교 측은 “그동안 경영을 잘 모르는 교원들만 있었는데 이제 두 전문가가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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