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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5월 31일 02시 5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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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 대선 후보 등극을 눈앞에 둔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인종 문제를 거론한 신부의 설교로 또다시 난처한 지경에 빠졌다.
설화의 주인공은 오바마 후보의 강력한 지지자를 자처하는 시카고 세인트사비나교회(가톨릭)의 마이클 플리거(사진) 신부.
백인인 플리거 신부는 25일 오바마 후보가 다니는 시카고 트리니티교회에서 올해 1월의 뉴햄프셔 프라이머리(예비경선)를 거론하며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이 눈물을 보인 것은 “흑인이 내 자리를 빼앗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동영상 공유 사이트인 유튜브에 공개된 설교 장면에 따르면 플리거 신부는 눈물 흘리는 힐러리 후보의 흉내를 내며 “난 백인이다. 민주당 후보는 응당 내 것이다”라고 말했다.
오바마 후보는 29일 즉각 성명을 내고 “플리거 신부의 발언은 분열적이고 과거지향적인 수사법으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진화에 나섰다. 그는 3월 자신의 담임목사였던 제러마이어 라이트 목사의 ‘갓댐 아메리카’ 발언 파문이 있은 지 두 달 후 관계 단절을 선언한 바 있다.
당사자인 플리거 신부도 이날 “내 발언은 오바마의 삶에 부합되지 않는다. 힐러리 후보가 상처를 받았다면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힐러리 후보 선거대책본부는 성명을 내고 “분열적이고 증오에 찬 언어는 우리 당을 단합시키려는 노력과는 정면으로 배치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워싱턴=하태원 특파원 triplet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