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25일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의 러시아 방문을 계기로 사할린 석유 개발 참여를 공식화해 이 분야에서 기득권을 가진 중국을 바짝 긴장케 하고 있다.
북한도 24일 러시아와 나진∼하산 철도 현대화에 합의해 극동 러시아 개발 경쟁에 가세했다. 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후 한국 기업인들의 발길이 부쩍 잦아진 것도 이 지역 개발의 새로운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일본과 중국의 자원 개발 공방=러시아 일간지 네자비시마야 가제타는 지금까지 러시아 극동 개발에서 중국이 우위를 지켜 왔다고 최근 분석했다.
중국은 2000년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정부 출범 이후 맺어온 끈끈한 관계를 이용해 2004년 시베리아와 사할린 유전 개발, 2005년 시베리아 중심 도시 이르쿠츠크 인근 타이셰트와 스코보로디노를 연결하는 동시베리아 송유관 공사 등에 참여하고 사업을 수주했다.
이런 구도를 일본이 흔들고 나섰다. 일본 자원개발공사를 비롯한 에너지 기업들은 25일 후쿠다 총리의 러시아 방문 직전 사할린Ⅲ 프로젝트 참여를 공표해 이를 기정사실화했다.
외국 기업 중 사할린Ⅲ 광구에서 선두를 달려온 곳은 중국석유천연가스총공사(CNPC)다. 다른 나라 기업들은 러시아의 재국유화 정책 등을 이유로 이 광구에서 떠났지만 CNPC는 끝까지 버텼다.
이를 뒤흔들고자 하는 일본 기업들은 후쿠다 총리가 푸틴 대통령과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대통령 당선자를 차례로 만나 ‘고공 플레이’를 벌이는 사이 자금을 쏟아 부어 역전을 노린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 일본 외교관은 “러시아의 대통령 교체와 일본 제품에 대한 선호도를 이용하면 중국에 빼앗긴 선두를 탈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남북한도 경쟁에 가세=24일 러시아 철도청은 김용삼 북한 철도상과 블라디미르 야쿠닌 러시아 철도공사 사장이 나진∼하산 철도 건설 합의서에 서명했음을 발표했다고 이타르타스통신이 이날 보도했다.
합의서는 러시아와 북한이 두만강역에서 나진항으로 이어진 52km의 철도를 다시 깔기 위해 합자회사를 설립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지분 비율은 러시아 70%, 북한 30%. 러시아 측은 남북한과 러시아가 공동으로 지분을 투자하는 3국 합자회사를 희망했으나 북한이 재촉해 이런 합의서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 연해주는 올해 북한 건설 인력에 대한 노동 허가를 지난해의 4배로 확대할 계획을 세워 놓았다.
한편 한국은 2012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 건설공사와 사할린·캄차카 유전 개발, 연해주 일대 식량기지 건설 등의 참여에 공을 들이고 있다. 그러나 메드베데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주변국의 경쟁이 치열해 고전이 예상된다.
바실리 미헤예프 러시아 세계경제 및 국제관계연구소(IMEMO) 동북아연구센터 소장은 “푸틴 정부 말기에 더욱 복잡해진 국제 역학관계와 메드베데프 행정부의 극동 정책에 대해 얼마나 대응 전략을 잘 짜는가에 한국의 성공 여부가 달려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 극동 지역 주요 건설 개발 사업 | |||
사업 | 소재지 | 투자 금액(억 달러) | 기간(년) |
태평양 연안 정유공장 건설 | 연해주 | 167 | 2008∼2012 |
알루미늄 공장 건설 | 연해주 | 23 | 2008∼2012 |
우르갈 동력 단지 건설 | 하바롭스크 주 | 41 | 2008∼2011 |
원유 및 가스 시설 투자 | 사할린 주 | 40 | 2008∼2012 |
화력발전소 건설 | 사할린 주 | 60 | 2008∼2013 |
사할린 연륙교 건설 | 사할린 주 | 71 | 2008∼2013 |
오호츠크 유전 개발 | 마가단 주 | 593 | 2007∼2013 |
마가단 북부 도로 건설 | 마가단 주 | 20 | 2006∼2025 |
광물자원 인프라 구축 | 치타 주 | 45 | 2007∼2015 |
자료: 블라디보스토크 한국 총영사관 |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