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이 지구를 구할까’…일본서 세계 ‘라면업자 정상회의’

  • 입력 2008년 4월 12일 02시 50분


‘인스턴트 라면이 지구를 구할 수 있을까.’

8, 9일 일본 오사카(大阪)에서는 세계라면협회(WINA)가 주최한 ‘제6회 세계 라면 서밋(정상회의)’이 열렸다. 전 세계의 인스턴트 라면 제조업자 400여 명이 참여했다.

올해 회의는 1958년 고(故) 안도 모모후쿠(安藤百福) 닛신(日淸)식품 창업자가 오사카의 자택에서 치킨라면을 개발한 지 50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주제도 ‘50년 뒤 인스턴트 라면의 바람직한 모습’으로 잡혔다.

도쿄신문은 11일 이 서밋을 “세계 주요 8개국 정상회의(G8)보다 더 구체적이고 열띤 논의가 전개된 회의”라고 평가했다.

WINA에 따르면 2007년 한 해 동안 전 세계에서 소비된 인스턴트 라면은 모두 978억7000만 개. 1인당 14.8개를 먹은 셈이다.

이 회의에서는 인구 폭발에 따른 식량부족 대책이나 재해피해 지원이라는 범지구적 주제가 다뤄졌다. 기아에 시달리는 케냐 지원사업에 대한 설명도 있었다. 아프리카 초원에서 어린이들이 라면을 먹으며 함박웃음을 짓는 장면이 영상으로 소개됐다.

WINA는 “라면은 보존이 쉽고 뜨거운 물만 있으면 어디서나 먹을 수 있어 수마트라 지진이나 허리케인 카트리나 피해자 지원에서도 큰 역할을 했다”며 재해 지원 식량으로서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토론 중에는 “라면 서밋의 적(敵)은 도야코(洞爺湖) G8 정상회의”라는 반농담성 주장도 나왔다. 지구온난화 방지 방안을 논의할 도야코 G8 정상회의는 바이오 연료에 주목하고 있지만 그 탓에 라면의 원료인 밀가루나 옥수수, 팜유의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는 것.

이 회의는 ‘인스턴트 라면의 지구식(食) 선언’을 채택하고 폐막했다. 선언에는 ‘재해식량구원기금’ 설립 계획과 “식(食)은 에너지보다 우선시돼야 한다”는 제언이 포함됐다.

WINA는 환경문제의 중요성을 인정하면서도 “곡물은 연료로 이용하는 것보다 식량으로 이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빠르고 싸고 맛있다’는 게 인스턴트 라면의 매력인데, 싸지 않으면 인스턴트 라면이 아니라는 것이다.

도쿄=서영아 특파원 sy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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