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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8년 3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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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일간지 브즈글랴트는 23일 제정러시아 시절 해군 제독들의 후손들이 “러시아 해군의 불굴의 의지가 서린 바랴크를 인양해 달라”는 탄원서를 해군사령부에 보냈다고 보도했다.
제정러시아 태평양함대 소속이었던 바랴크는 1904년 2월 일본이 중국 뤼순(旅順) 항을 기습할 당시 제물포항(지금 인천항)에 대기하고 있었다.
러시아 언론에 따르면 당시 바랴크는 일본 해군이 제물포항으로 진격해 오자 일본 전함에 어뢰 한 발을 쏘며 저항했으나 해상전은 1시간 만에 일본군의 승리로 끝났다. 러시아 함대는 한반도의 전신망을 장악한 일본의 방해로 본국과의 교신도 두절된 채 바랴크를 침몰시키기로 결정했다. 적에게 배를 넘길 수 없다는 생각에서였다.
전쟁이 끝난 뒤 일본군은 수심 50m 지점에 가라앉아 있던 이 배를 건져 일장기를 달아 전시해 놓았다가 제정러시아에 매각했다.
제정러시아는 이 배를 영국으로 끌고 가 1916년 수리를 의뢰했지만 1917년 10월 러시아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자 다시 독일에 팔았다.
이 배는 1925년 독일로 향하던 중 스코틀랜드 앞바다에서 암초를 만나 또다시 침몰했다. 러시아 탐사팀은 2005년 이 배를 발견했으나 선체가 심하게 부식돼 당시엔 인양을 포기했다.
외교 소식통들은 러시아 해군이 이번에 접수된 탄원서를 받아들여 곧 영국으로 연락관을 보내 인양 협조 요청을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러시아에서는 이 배를 러시아 해군의 모항(母港)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 복원하자는 캠페인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동참하고 있는 세르게이 주예프 씨는 “바랴크의 조각이라도 건져내 복원될 선박에다 붙여 놓으면 큰 교훈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르게이 코롤레프 모스크바대 교수는 “바랴크와 함께 침몰한 포함(砲艦)의 이름은 카레예츠(러시아어로 ‘한인·韓人’이라는 뜻)”라며 “당시 함대에는 ‘전쟁에서 져도 함정은 적에게 내주지 말자’는 정신과 한반도 지배 야욕을 포함한 제정러시아의 영욕이 실려 있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정위용 특파원 viyon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