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 기치 진중한 언변, 美 가슴 녹였다

  • 입력 2008년 1월 9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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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이 7일 뉴햄프셔 주 콩코드고교에서 열린 유세 도중 부인 미셸 씨를 끌어안으며 미소 짓고 있다. 콩코드=로이터 연합뉴스
민주당 대선 후보인 버락 오바마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이 7일 뉴햄프셔 주 콩코드고교에서 열린 유세 도중 부인 미셸 씨를 끌어안으며 미소 짓고 있다. 콩코드=로이터 연합뉴스
■ 오바마 돌풍 왜?

다양한 문화 경험한 ‘통합 이미지’ 크게 어필

젊은 비주류 출신 엘리트에게서 ‘희망’ 되찾아

“그는 정말 말을 잘한다. 정확하고 점잖은 어휘를, 신뢰감을 주는 방식으로 전달한다.”

버락 오바마 상원의원이 경선 예비주자 중 한 명으로 아직 크게 주목받지 못하던 지난해 봄이었다. 미국 워싱턴의 한 싱크탱크 연구원은 “주요 후보들과 여러 차례 토론을 해 봤는데 그 결과 오바마를 가장 주목하게 됐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똑같은 말을 해도 듣는 사람이 ‘참 오래 생각해서 나오는 말이구나’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재주가 있더라.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가 세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정확하고 품위 있는 그의 언어 구사력은 매우 중요한 덕목으로 인정받게 될 것 같다”는 설명이었다.

요즘 미국에선 오바마 의원의 경쟁력 비결을 찾는 논의가 분분하다.

개인적 장점으로는 독특한 성장 배경에서 우러나오는 ‘21세기형 아메리칸 드림’ 이미지가 꼽힌다. 흑백 혼혈로서 미국 본토가 아니라 하와이에서 태어난 그는 부모가 이혼한 뒤 인도네시아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10대 후반 마약에 손을 대기도 했지만 아이비리그 대학을 나와 민권 변호사에서 사회운동가, 정치인으로 변신했다.

이런 성장사가 여러 문화, 여러 계층을 두루 경험한 통합의 이미지를 만들어내 ‘조지 W 부시 시대의 이념, 계층 분열’에 지친 젊은 세대에 어필하고 있다는 것.

정치적으로 그의 가장 큰 경쟁력은 ‘변화’라는 어젠다를 선점했다는 점이 꼽힌다. 일리노이 주 상원의원이던 2004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이라크전쟁 반대를 외치며 주목을 받았다. 당시 튀는 듯하던 그의 언행은 그 후 이라크 상황이 수렁에 빠져들면서 민주당 지지자들에게서 ‘뛰어난 통찰력과 소신’으로 평가받게 됐다.

옛 소련의 급팽창에 미국인들이 위기의식을 느끼던 1960년 43세의 존 F 케네디 후보가 그랬듯 이라크전, 테러, 카트리나 재해 등 수년간 우울한 뉴스에 지친 미국인들에게 ‘젊은 비주류 출신 엘리트’의 ‘변화 메시지’가 먹혀들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사실 이 같은 오바마 의원의 경쟁력은 치밀한 노력과 준비의 산물로 알려졌다. 그는 2004년 하버드대에서 연구 중이었던 퓰리처상 수상 경력의 뉴욕타임스 기자를 1년 넘게 쫓아다니며 “나를 위해 일해 달라”고 설득하는 등 최고 인재 모으기에 심혈을 기울여 왔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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