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10년새 10배 폭등… ‘글로벌 경기침체’ 먹구름

  • 입력 2008년 1월 4일 03시 01분


‘100달러 찍은 유가’ 어디까지국제 유가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한때 100달러를 돌파했다. 3일 경기 안양시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이 국제 유가 상황을 긴급 점검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유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양=원대연  기자
‘100달러 찍은 유가’ 어디까지
국제 유가가 미국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기준으로 한때 100달러를 돌파했다. 3일 경기 안양시 한국석유공사 직원들이 국제 유가 상황을 긴급 점검하고 있다. 국내 산업계도 유가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안양=원대연 기자
2일 낮 12시 10분(한국 시간 3일 오전 2시 10분)경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 2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가 배럴당 100달러로 폭등하자 월가는 물론 전 세계가 충격에 휩싸였다. 유가는 배럴당 99.62달러에 장을 마감했지만 상징적인 가격대인 ‘세 자릿수’ 벽을 허물었다는 점에서 메가톤급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10년 만에 10배 올라

국제유가는 1998년까지만 해도 10달러 안팎이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초에 60달러, 그리고 1년 만에 100달러를 돌파했다.

국제유가 급등의 가장 큰 이유는 공급과 수요의 불일치에 따른 수급 불안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등 신흥경제국들이 부상하면서 석유 소비가 폭등하고 있지만 공급은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 세계 석유 소비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미국의 소비는 최근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으나 중국의 석유 소비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1인당 석유 소비량에서 중국은 미국의 10분의 1에 불과해 중국의 석유 소비는 아직도 늘어날 여지가 크다.

반면 하루 8500만 배럴 정도인 세계 원유 공급량이 앞으로 늘어나는 수요를 따라잡기 어려울 것이란 우려가 많다. 사우디아라비아 등 석유 생산국의 국내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출물량에 대한 압박이 커지고 있다.

이와 함께 달러화 약세도 고유가를 부추기고 있다. 국제 원유 거래가 미국 달러화를 기반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투기자본들이 달러화 약세로 석유 등 상품 거래에 거액을 투자하는 등 투자를 다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가 전망과 관련해서는 90달러 중반에서 멈출 것이라는 의견과 세 자릿수 유가가 불가피해졌다는 전망 등이 엇갈리고 있다.

다만 미국 경제의 둔화로 석유 소비가 다소 줄어들더라도 중국 등의 석유 수요가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돼 장기적으로는 유가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일각에서는 ‘6월 중 120달러 돌파’ 전망을 내놓고 있다.

○전 세계 경기침체 도화선 되나

전 세계 경제는 최근 몇 년간 고유가에도 불구하고 높은 성장을 계속해 왔다. 1970년대 오일쇼크로 전 세계 경제가 큰 타격을 받았던 것과는 다른 모습이다.

이는 그동안 미국을 포함한 선진국 경제가 석유에 대한 의존도를 많이 줄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 경제가 부동산시장 침체와 신용경색으로 고전하고 있는 상황에서 고유가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유가 상승으로 주유소 휘발유 가격이 오르면 그동안 미국 경제 성장의 버팀목이었던 소비의 위축이 예상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고유가로 인한 물가 상승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경기 침체에 사전 대응하는 수단인 금리 인하도 어렵게 만든다. 미국 소비자들이 고유가로 주머니를 닫으면 중국의 대미(對美) 수출도 크게 줄게 돼 미국의 소비 침체가 중국에까지 파급될 수도 있다.

더욱이 중국은 최근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가마저 오르면 물가 인상 압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유가 100달러는 투기세력의 작전?

2일 뉴욕시장에서 유가가 장중 100달러를 찍으면서 투기세력의 ‘작전’이 아닌가 하는 의심 섞인 시선들도 쏟아지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 등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이런 의혹은 이날 100달러 선 거래가 단 한 건밖에 이뤄지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거래량도 매우 적었기 때문. 이 한 건의 거래량은 최소 거래단위인 1000배럴에 불과했다.

특히 바로 직전 전자거래에선 가격대가 99.50달러 선이었는데, 전자거래가 아닌 장내 주문을 통해 가격이 99.90, 100.00달러로 갑자기 올라간 점도 이 같은 의혹을 뒷받침했다. 100달러 거래를 주문했던 ‘역사적인’ 주문 전표가 경매에 올려지면 가격이 수만 달러를 호가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그러나 제임스 뉴섬 NYMEX 회장은 “이 거래자들은 투기꾼이 아닌 실수요자였던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100달러를 주문한 사람은 ABS라는 회사를 운영하는 리처드 아렌스 씨로 파악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동영상 촬영 : 동아일보 사진부 원대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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