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권력에 도전한다

  • 입력 2007년 11월 13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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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국영 항공기 제작업체인 중국항공공업제일집단공사가 지난달 초 공개한 ARJ21. 중국 독자 기술로 개발되는 첫 여객기다. 사진 출처 시사주간 타임
중국 국영 항공기 제작업체인 중국항공공업제일집단공사가 지난달 초 공개한 ARJ21. 중국 독자 기술로 개발되는 첫 여객기다. 사진 출처 시사주간 타임
中, 독자 개발 첫 여객기 내년 3월에 시험 비행

러, 수호이여객기 해외 판매 시동… 보잉 등 긴장

중국 국영 중국항공공업제일집단공사(中國一航·AVICI)는 지난달 초 상하이 북쪽의 한 격납고에서 앞으로 여객기로 제조할 비행기의 원형(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이 모델에 붙은 별명은 ARJ21. ‘21세기를 위한 역내 선진 제트기’라는 뜻이다. 회사는 내년 3월 시험 비행을 위해 마무리 공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중국이 독자적으로 개발한 첫 여객기가 어떤 모습으로 등장할지 중국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시험 비행에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이에 앞서 9월 말 러시아에선 전투기 제조업체로 유명한 수호이가 여객기 ‘슈퍼젯-100’을 선보였다. 수호이가 만든 첫 여객기이자 구소련 해체 이후 러시아가 생산한 첫 여객기다. 러시아는 슈퍼젯-100을 시작으로 항공 산업 강대국으로서의 명성을 되살리겠다는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여객기 제조 사업에 대한 중국, 러시아의 최근 움직임은 미국의 보잉, 유럽의 에어버스가 양분하던 이 분야에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의 정부는 최근의 경제 활황을 등에 업고 여객기 제조 산업에 아낌없이 투자하겠다고 공언해 기존 업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이 여객기 제조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은 급증하는 국내 수요 때문이다. 항공 업계는 향후 20년 동안 전 세계의 여객기 신규 수요가 2만9000대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금액으로는 2조8000억 달러 규모다.

이 가운데 3분의 1을 아시아 항공사들이 구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중국은 국내 수요를 따라가기 위해 2026년까지 3400대를 추가로 노선에 투입해야 할 것으로 추산된다.

중국 정부는 이 같은 국내 ‘황금 시장’을 외국 제조업체에 순순히 내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오히려 자국산 여객기를 외국에도 팔겠다는 구상이다. 중국 정부는 세계 시장을 겨냥해 2020년까지 150석 규모의 점보 여객기를 생산하는 데 60억 달러를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수호이의 슈퍼젯-100의 공개 행사엔 러시아 고위층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필두로 국가 차원에서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을 보여 준 것. 러시아 역시 일단 국내용 소형 여객기 생산에 주력하다 국내 수요를 충족시킨 다음에는 해외 판매에 나설 계획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오랫동안 군용기를 제작해 만만치 않은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당분간은 보잉과 에어버스의 아성이 갑자기 흔들릴 일은 없을 것으로 업계는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9월 베이징 에어쇼에서 ARJ21은 71대가 계약됐고, 슈퍼젯-100 역시 헝가리의 한 항공사로부터 15대가량 주문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항공산업의 지각변동이 조금씩 가시화되는 셈이다.

여기에다 소형 여객기 생산에 주력해 온 이탈리아 캐나다 브라질의 항공 업체들이 중국, 러시아와 투자 또는 전략적 제휴로 손을 잡으려는 움직임도 일고 있어 국제 항공업체들 간의 불꽃 튀는 경쟁이 예상된다.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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