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의 눈]모스크바의 ‘장밋빛 겨울’

  • 입력 2007년 11월 9일 03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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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이 요동쳐도, 국제 유가가 수직 상승해도 러시아만큼 안전한 곳이 없다. 웬만한 기업은 너도나도 증권시장으로 가 자금을 모을 것이다.”

6일 러시아 모스크바 시내 푸른젠스카야 나베레즈나야 거리의 한 일식당. 술을 한잔 하고 있던 러시아인들은 이런 대화로 떠들썩했다. 러시아 금융 시장의 ‘큰손’ 역할을 하는 은행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주고받는 대화엔 요즘 러시아 경제에 대한 장밋빛 전망이 가득했다. 이날 모임은 오후 11시가 넘어도 끝나지 않았다. 이 식당 지배인은 “작은 기업이 주식시장에서 돈을 벌면 한 사람당 500달러가 넘는 고급 메뉴를 주문해 은행 직원들을 밤늦게까지 접대하는 모임이 부쩍 늘었다”고 전했다.

요즘 러시아 기업들의 주식시장상장(IPO) 계획과 주가 동향을 보면 이런 분위기를 금방 느낄 수 있다.

이번 주 IPO를 준비하고 있는 러시아 기업은 ‘M비디오’ ‘상트페테르부르크 은행’ ‘신 러시아 항구’ ‘예브라지아’ 등 4곳. 모두 다른 나라에 잘 알려지지 않은 로컬 기업이다.

이들 기업의 IPO가 이번 주에 한꺼번에 몰린 것은 지난달까지 러시아 금융 시장에 한파를 미쳤던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 때문이다. 당시 이들 기업은 러시아 시장에 주식을 내놓을 계획이었지만 러시아주가지수(RTSI)가 요동을 쳤다.

지난달 15일 RTSI가 2,170을 돌파했지만 서브프라임 여파에 따른 러시아 금융시장 불안설로 러시아 기업들은 IPO 계획을 미룰 수밖에 없었다. 그렇지만 이달 초 RTSI가 2,200을 훌쩍 넘고 서브프라임 충격을 흡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자 IPO 대열에 합류하는 기업들도 늘고 있다.

러시아 일간지 브즈글랴드는 “올해 말까지 300개 기업이 IPO를 통해 270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러시아 최대 민간은행 알파은행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나탈리야 오를로바 씨는 “주식 투자자의 유일한 불안은 국제 유가의 하락인데 지금은 그런 우려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요즘 모스크바는 벌써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져 한겨울로 접어들었지만 러시아인들의 미래에 대한 희망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정위용 모스크바 특파원 viyon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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