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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11월 2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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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파동에 따른 신용경색 확산을 막기 위해 이날 연방기금 금리를 4.75%에서 0.25%포인트를 인하했다.
달러 가치도 연일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국제 경제의 주요 지표들이 크게 요동치면서 국제 경제 환경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 ‘시한폭탄’ 국제유가
지난달 12일 WTI가 배럴당 80달러를 처음 넘어섰던 것을 감안하면 최근 가파른 유가 상승세는 현기증이 날 정도다. 이제 관심은 과연 언제 배럴당 100달러 시대가 도래할 것인지에 모아지고 있다.
유가가 최근 급등세를 타고 있는 것은 달러화 약세가 가장 큰 이유다. 보통 원유는 달러화로 결제가 이뤄지기 때문에 달러화 가치가 급락하면 유가가 급등하는 가격구조를 갖추고 있다. 여기에 헤지펀드 등 투자자들이 달러화 약세에 따른 헤징(위험회피) 수단으로 원유 등 상품시장에 뛰어들면서 가격을 더욱 올려놓고 있다.
이와 함께 중국도 중요한 변수다. 중국은 지난 5년 동안 연평균 석유소비가 8.7%씩 늘었다. 5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 석유소비량의 6.4%를 차지했던 중국의 비중은 이제 9%까지 올랐다.
산유국들의 공급이 수요 증가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도 유가 급등의 한 요인이어서 현재 고유가는 수요와 공급 측면이 모두 상승 요인을 안고 있는 형국이다.
에너지컨설팅회사인 파이라 에너지그룹 마크 슈워츠 회장은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추가 증산을 하지 않으면 100달러를 넘어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 추락하는 달러
지난달 31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달러 환율은 한때 유로당 1.45달러를 넘는 상승세를 보이다 전날보다 0.0043달러 오른 1.4477달러에 마감됐다.
달러화 가치는 올해 들어 유로화에 대해 8.8% 하락한 상태다.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만성적인 무역수지 적자가 근본적인 이유다. 그런데 최근 달러화 가치 하락은 미국의 금리 인하가 직접적인 도화선이 됐다.
미국 투자자로서는 미국 금리가 하락하면 더 높은 수익률을 찾아 미국을 떠나 해외로 가기 때문에 금리인하는 달러화 약세의 결정적인 원인이 되고 있다.
미 당국이 ‘강한 달러’를 선호한다고 말은 하지만 무역수지 개선 등을 위해 사실상 ‘약한 달러’를 방조하는 것도 달러 가치 하락의 한 요인이다.
○ FRB의 금리인하 약(藥) 될까
벤 버냉키 FRB 의장은 미국에서 핼러윈 데이인 지난달 31일 시장의 예상대로 금리인하라는 핼러윈 선물을 안겨 줬다고 미 언론들은 이날의 연방기금 금리 인하를 평가했다.
이에 따라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전날 종가에 비해 137.54포인트(1.00%) 오른 13,930.01에 거래를 마감했다.
FRB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파문에 따른 신용경색 위험이 미국 경제 전체의 침체로까지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금리를 잇달아 내렸다. 하지만 금리인하가 미국 경제를 살리는 구원투수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린다.
주택경기 부진이 최소한 내년까지 계속돼 경제성장 속도가 둔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리인하→달러화 약세→국제유가 급등’을 가져오는 구조 때문에 FRB로서는 금리인하에 따른 인플레이션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추가로 금리인하를 할 수 있는 여지가 갈수록 줄어드는 것이다. FRB가 지난달 31일 금리인하 후 발표한 성명에서 12월에 추가 금리인하 조치가 있을지에 대해선 분명한 신호를 주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 중국발(發) 인플레이션 가능성
이는 석유 및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고 중국 내 임금도 올라가고 있는 것이 주요 원인이다. 중국 내 물가 상승과 중국산 수출품 가격 상승이 세계 각국의 저물가 기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중국 인플레이션의 원인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미국과 한국의 소비자물가가 올해 9월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각각 2.8%와 2.3% 상승한 데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의 영향이 없지 않다고 분석했다.
아직까지 미국의 ‘장바구니 물가’에서 중국산 제품 가격의 상승을 체감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다. 하지만 중국이 갈수록 높아지는 인건비와 원자재 가격을 최종 수출 상품에 반영하기 시작하면 미국은 물론 전 세계 물가에 메가톤급 충격을 줄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뉴욕=공종식 특파원 kong@donga.com
금동근 기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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