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걸 때문에 정권 뺏기고…비서 때문에 대권꿈 접고…

  • 입력 2007년 9월 22일 02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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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후보였던 게리 하트 상원의원(오른쪽)이 요트 위에서 연인이었던 20대 모델 출신 비서 도나 라이스를 무릎 위에 앉히고 찍은 사진. 이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자 하트 의원은 대선을 포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198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의 유력 후보였던 게리 하트 상원의원(오른쪽)이 요트 위에서 연인이었던 20대 모델 출신 비서 도나 라이스를 무릎 위에 앉히고 찍은 사진. 이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지지율이 급락하자 하트 의원은 대선을 포기했다. 동아일보 자료 사진
‘나라를 뒤흔든 유혹’ 해외에선

《서양에도 치명적 매력으로 사회적으로 ‘힘센 남자’를 주무르고 나라를 뒤흔든 여성들이 적지 않았다. 때로는 대권 가도를 달리던 남성을 한순간에 낙마시켰고, 정권을 무너뜨린 ‘경국지색(傾國之色)’도 있었다. 통상 ‘팜 파탈(femme fatal·요부 또는 위험한 여자)’로 불리는 이들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트로이전쟁을 유발한 헬레네, 삼손을 파멸시킨 델릴라 등은 이런 여성들의 ‘어머니’라 할 만하다. 20세기 이후에도 여러 팜 파탈이 등장해 자신이 속한 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 파문을 일으켰다.》

○ 여간첩의 대명사, 마타 하리

“그녀가 빼낸 정보는 연합군 5만 명의 목숨을 잃게 할 만한 것이었다.”

마가레타 젤러가 본명인 마타 하리가 1917년 10월 15일 간첩 혐의로 프랑스에서 총살되기 전 내려진 법원 판결의 일부다.

네덜란드 출신인 마타 하리는 인도네시아 등을 전전하다가 프랑스 사교계로 진출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물랭루주’ 등 유명 극장식 식당에서 파격적인 스트립 댄스에 가까운 춤을 선보이며 파리에 모여든 정관계 인사들과 접촉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서서히 무희로서의 경쟁력이 떨어진 마타 하리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한 뒤 독일 정부로부터 그의 주 활동무대였던 프랑스의 각종 군사 정보를 빼내면 돈을 주겠다는 제안을 받고 스파이로 활동했다. 프랑스 정보부에 따르면 그의 암호명은 ‘H21’이었고, 마타 하리의 품을 거쳐 간 남자 중에는 프랑스 장관 쥘 캉브롱, 독일 장교 폰 카레브론 등 유력 인사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 “대통령은 내 사령관이에요”, 메릴린 먼로

여전히 금발과 백치미의 대명사로 인식되고 있는 메릴린 먼로는 존 F 케네디 전 대통령을 포함해 다양한 분야에서 최고를 구가하던 남성들과 스캔들을 뿌려 미국 현대사에서 팜 파탈 계보의 정점에 서 있다.

훗날 먼로가 정신병원에 수용된 뒤 자신의 주치의에게 전한 케네디에 대한 언급은 다음과 같다. “나는 군인이에요. 나의 최고 상관은 세상에서 가장 크고 힘 있는 남자지요. 군인의 첫 번째 임무는 사령관에게 복종하는 것이잖아요. 나는 그 남자를 절대로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요.”

그러나 먼로는 방황 끝에 캘리포니아에 있는 자신의 집에서 벌거벗은 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숨졌다.

○보수당을 뒤흔든 콜걸 크리스틴 킬러, 그리고 르윈스키 등 여직원들

1963년 영국에서 불거진 ‘프로퓨머-크리스틴 킬러’ 스캔들은 전형적인 ‘경국지색’형 섹스 스캔들로 기록되고 있다. 명문 옥스퍼드대 출신인 프로퓨머는 25세에 최연소 하원의원에 당선된 뒤 각종 요직을 거쳐 당시 전쟁 장관(현 국방 장관)에 오른 48세의 유력 인사였다. 그런 그가 10대에 가출한 뒤 카바레 등에서 일하던 크리스틴 킬러라는 20대 초반의 고급 콜걸과 지속적인 관계를 가진 사실이 드러난 것.

게다가 킬러가 당시 런던에 주재한 소련군 정보국 대위의 애인이기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캔들은 ‘국방 장관이 적국과 관계된 여성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사건으로 확산됐다. 결국 이 사건으로 보수당은 노동당에 정권을 내주고 말았다.

1980년대에는 도나 라이스라는 20대 모델 출신 비서가 전도유망한 미 민주당 대선 주자의 바지춤을 잡았다. 1988년 민주당의 유력 대선 주자였던 게리 하트 상원의원은 요트에서 자신의 무릎에 라이스를 앉히고 ‘망중한’을 즐기는 사진이 언론에 공개되면서 결국 정계은퇴했다.

‘부적절한 관계’라는 표현을 공식화한 빌 클린턴-모니카 르윈스키 스캔들 이후에는 사건에 등장하는 여성의 외모가 전통적 의미의 ‘팜 파탈’과는 거리가 있지만, 최고 권력자와 그가 속한 정치집단을 뒤흔들었다는 점에서 또 다른 형태의 ‘경국지색’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독일 출신인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 귄터 페어호이겐(63) 부위원장과 그의 비서실장인 페트라 에를러(49) 박사가 부적절한 관계를 맺은 게 드러나 독일 정가가 발칵 뒤집혔다. 이승헌 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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