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호실장도 못바꾸는 후진타오

  • 입력 2007년 7월 26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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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가을 중국 공산당 17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를 앞두고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사이에 세력 다툼이 가열되고 있다.

후 주석은 최근 당대회 이전에 경호실장인 중앙경위국 유시구이(由喜貴·68·상장) 국장을 퇴진시키려 했으나 장 전 주석의 강력한 항의를 받고 이를 취소했다고 로이터통신이 24일 보도했다. 유 국장은 장 전 주석이 현직에 있던 1995년 경위국장으로 임명한 그의 심복이다. 유 국장은 5년 전 장 전 주석이 퇴진한 뒤에도 정년을 넘겨 줄곧 근무해 왔다.

로이터통신은 후 주석이 유 국장을 퇴진시키려다 실패한 것은 중국 권력층 내부에서 치열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는 증거라고 보도했다.

이 통신은 후 주석이 유 국장을 물러나게 하겠다고 밝히자 이를 전해 들은 장 전 주석이 크게 화를 내며 “당대회가 아직 열리지도 않았는데 무엇을 하려고 한단 말인가”라고 말했다고 중국 고위층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전했다.

후 주석의 권력은 아직 제한적이다. 따라서 그가 이번 당대회에서 자신의 사람을 ‘제5세대’ 정치국 상무위원에 순조롭게 포함시킬지가 앞으로 5년간 집권 2기 권력기반을 공고히 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전망했다.

1999년 장 전 주석이 임명한 중앙판공청 왕강(王剛) 주임을 후 주석이 그대로 두고 있는 것 역시 장 전 주석의 영향력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중국 소식통들은 20일 베이징(北京) 인민대회당에서 양상쿤(楊尙昆) 전 주석의 탄생 100주년 기념 좌담회가 대대적으로 개최된 것도 후-장 세력 투쟁의 한 단면으로 보고 있다. 양 전 주석은 장 전 주석의 정적으로 그가 제거했던 인물.

이 좌담회에는 후 주석이 직접 참석해 연설했으며 쩡칭훙(曾慶紅) 당 정치국 상무위원과 원자바오(溫家寶) 총리도 참석했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는 21일자 1면을 “당 중앙이 양상쿤 동지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좌담회를 가졌다”는 기사로 거의 메웠다.

군 출신으로 개혁개방에 적극적이었던 양 전 주석은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장 전 주석과 관계가 나빠졌으며 1997년 덩샤오핑(鄧小平)이 사망한 뒤 파벌을 형성했다는 등의 이유로 제거됐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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