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레반이 억류하고 있는 한국인 피랍자들은 다행히 비교적 건강하게 지낸다는 보도가 잇따르고 있다.
23일 외신은 피랍자들이 신체적으로 별 이상이 없으며 납치범들이 제공한 초콜릿과 비스킷 등을 먹고 수면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AP, AFP통신에 따르면 한국인들이 납치된 아프가니스탄 가즈니 주 카라바그의 경찰 책임자인 크와자 모하마드 사디키 씨는 “인질 협상을 주도하는 아프간의 지역 부족장들이 납치범을 만나고 온 뒤 한국인들은 건강하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또 탈레반 지휘관인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이날 인질들에게 어떤 편의를 제공했는지를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고 아프간 현지 통신사인 아프간이슬라믹프레스(AIP)가 보도했다.
이 대변인은 피랍자들이 목욕을 한 뒤 옷도 갈아입었으며 초콜릿과 비스킷으로 아침식사를 했다고 소개했다. 그는 앞으로 피랍자들에게 달걀과 고기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사디키 씨는 22일 AIP통신과의 통화에서 “피랍자들은 음식과 홍차를 제공받고 있다”며 “피랍자 가운데 의사가 있는데 탈레반은 그가 처방한 약을 공급했다”고 말했다.
이는 한국 정부에 강한 협상 의지가 있음을 확인한 탈레반이 피랍자들을 호의적으로 대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피랍자들이 비교적 건강한 상태지만 삼엄한 경비가 이뤄져 심리적 압박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압둘라 잔의 대변인은 “현재 인질들은 여러 그룹으로 나뉘어 있으며, 아프간 정부군 등이 구출 작전을 벌일 것에 대비해 자살폭탄테러 단원과 수색대원의 관리 아래 있다”고 말했다.
지난해 10월 탈레반에 납치됐다 풀려난 이탈리아 기자는 “어두운 곳에서 사슬에 묶여 지냈으며 여러 곳으로 옮겨졌다”고 인질로 잡혔던 기간의 끔찍한 기억을 전한 바 있다.
한편 피랍자의 가족들은 23일 서울 서초동 한민족복지재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순수 봉사 활동을 위해 떠난 아이들이니 여러분의 힘을 보태 달라”고 호소했다.
호소문을 낭독한 양숙자(59) 씨는 “가족들은 소식 하나하나에 피가 마르고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딸 안혜진(31) 씨와 피랍자들에 대한 애끊는 심정을 전했다.
피랍자 가족 대표 차성민(30) 씨는 피랍자들에 대한 일부 비판에 대해 “종교 활동이 아니라 복지재단에서 봉사 활동을 떠난 것인데 국민이 오해하고 있는 것 같다”며 봉사 활동의 일환임을 거듭 강조했다.
차 씨는 또 아프간 납치 세력에도 “여러분도 가족이 있으니 우리 심정을 아실 것”이라며 “제발 현명하게 판단해 가족들을 꼭 돌려보내 달라”고 호소했다.
김영식 기자 spear@donga.com
강혜승 기자 fin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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