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사르코지 대통령 “개헌은 이렇게”

  • 입력 2007년 7월 19일 03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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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FP 자료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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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5공화국 헌법은 누구나 존경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

니콜라 사르코지(사진) 프랑스 대통령이 12일 에피날에서 행한 연설 내용이다.

헌법에 깍듯한 예의를 갖추었지만 현행 헌법을 수호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그는 “헌법이 만들어진 지 반세기가 지났다. 그동안 프랑스 사회가 급변한 만큼 통치 방식을 돌아볼 때가 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설적 화법으로 자주 구설에 오르는 사르코지 대통령으로서는 평소와 사뭇 다른 자세였다.

18일 그는 헌법 개정을 추진할 13인의 프랑스 ‘공화국 현대화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그의 개헌 방향은 한마디로 ‘미국식 대통령제 요소의 강화’다. 지금까지 총리가 의회에 책임을 졌지만 앞으로는 대통령이 의회에 직접 책임지는 관계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그는 현행 프랑스식 분권형 통치구조를 겨냥해 “실제로는 대통령이 뒤에서 다 결정하면서 앞에 나선 총리만 책임지는 위선적 통치구조”라고 비판해 왔다. 한국에서 한때 분권형 통치구조를 선진적 제도로 칭송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정작 본고장에서는 폐기될 위기에 몰린 것이다.

개헌 내용에는 대통령의 사면권 제한도 포함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르코지 대통령은 혁명기념일(14일)에 즈음해 역대 대통령들이 관례적으로 해 온 대사면도 “국왕의 사면을 연상시켜 민주사회의 행형정신과 맞지 않는다”며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임기 내내 사면권을 행사하고도 최근에 와서야 대통령 특별사면권을 문제 삼고 나선 노무현 대통령과는 대비되는 모습이다.

사르코지 대통령의 ‘개헌 드라이브’ 역시 독단적 추진과는 거리가 멀다. 그는 정파를 떠나 위원을 위촉했다. 만사 자신이 나서야 직성이 풀리는 ‘슈퍼 사르코지’지만 헌법 개정 문제만큼은 국가의 어른들을 모신 것.

그는 특히 사회당의 거물급 인사인 자크 랑 전 문화 및 교육부 장관을 초빙하기 위해 애썼다. 프랑수아 미테랑 전 대통령 시절 최장수 장관을 지낸 랑 전 장관은 결국 사회당의 지도위원직을 그만두고 위원회에 참여해 당내에서 파란을 일으켰다.

랑 전 장관은 18일 일간 파리지앵과의 인터뷰에서 “헌법은 특정 정파에 속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위원회에 참여한 동기를 밝혔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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