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인 반미 기류에도 불구하고 각각 유럽과 아시아에서 유례없을 정도의 친미 행보를 보이던 두 지도자의 외교를 국제정치 전문가들은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본보는 영국, 미국의 외교전문가 9명과 인터뷰해 두 지도자가 펼친 대미 밀월 외교의 득실을 따져 봤다.
미국과 영국의 관계에 대해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블레어 총리 시절 최고조에 달한 미영 동맹관계로 국제무대에서 영국의 역할이 커졌다”고 평가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국제학센터의 스티븐 헬퍼 교수는 “미영 간의 정보 교류, 안보협력 및 교역의 수준이 한층 높아졌으며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 등 국제무대에서 영국의 목소리가 매우 중요해졌고 그만큼 영향력도 커졌다”고 말했다.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줄리언 스미스 유럽프로젝트팀장은 “친미정책으로 얻은 손에 만져지는 이득을 찾기는 쉽지 않지만 만약 영국이 진정으로 미국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온다면 미국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먼저 기꺼이 달려갈 것”이라고 말했다.
고이즈미 정부의 미일 관계에 대해서도 일본이 친미 행보로 얻은 이익이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왔다.
샌디에이고 캘리포니아대의 엘리스 크라우스 교수는 “고이즈미 정부에서 일본은 더할 나위 없이 신뢰할 수 있는 미국의 동맹이라는 위치를 굳히면서 ‘아시아의 영국’으로 부상했다”고 평가했다.
헤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일본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지위 확보, 헌법 개정, 중국 견제 등 미국의 힘을 통해 얻게 될 것이 매우 많다”고 말했다.
일본 외무성이 해마다 실시하는 미국인의 일본에 대한 신뢰도 조사에서 ‘일본은 의지할 만한 동맹이자 우방’이라는 응답자의 비율이 미국의 일반 시민 사이에서는 1995년 43%에서 2006년 74%로, 여론 주도층에서는 74%에서 91%로 각각 높아졌다.
영국 일본의 대미 외교와 대조적 행보를 보였던 프랑스와 독일의 경우는 어떨까.
미국기업연구소(AEI)의 마이클 리딘 연구원은 “프랑스와 독일은 과거 미국 정부와 여론 주도층에서 상당한 호응을 받았으나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 시절 이를 상당 부분 잃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조슈아 무라브치크 AEI 연구원은 “동맹 사이에 전략의 차이와 이견은 언제든 있을 수 있지만 필요 이상으로 상대를 비난할 경우 상대국 여론 주도층에 상처를 주고 결국 자국의 이익에도 손해를 끼칠 수 있다”고 말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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