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D합의 못 낚은 미-러 낚시회담

  • 입력 2007년 7월 4일 01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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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미국이 나의 제안을 받아들인다면 유럽에 더는 새로운 (미사일 방어) 시설이 필요 없을 것이며 미-러는 완전히 새로운 차원의,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향상될 것이다.”(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매우 건설적이고 대담한 생각이다. 강력히 동의한다. 하지만 체코와 폴란드도 미사일 방어(MD) 시스템의 필수적인 참가자가 되어야 한다.”(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2일 미국 메인 주 케네벙크포트의 부시 일가 별장. 함께 바다낚시를 즐긴 뒤 파도치는 바다를 뒤로하고 기자회견을 하는 두 정상의 얼굴은 밝았다.

이날 조행(釣行)에서 일행 가운데 유일하게 푸틴 대통령이 잡은 76.2cm짜리 농어를 놓고도 덕담이 오갔다. “(부시 대통령과) 공동 노력으로 고기를 잡았다. 유능한 선장(부시 대통령의 아버지인 부시 전 대통령) 덕분이다.”(푸틴 대통령)

하지만 양국 간 최대 현안인 폴란드, 체코에서의 MD 기지 구축에 대해선 이견이 그대로 드러났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동유럽 MD 구축 논쟁과 관련해 추가 제안을 내놓았다.

“아제르바이잔의 레이더 시설이 (유럽을 이란의 미사일 공격에서 보호하기에는) 너무 낡았다면 러시아가 현대화시켜 주겠다. 그래도 부족하다면 러시아 남부에 현대식 레이더 기지를 만들어 ‘나토-러시아 공동위원회’에서 운영하도록 하겠다. 모스크바와 브뤼셀에 공동 조기경보센터도 만들자.”

지난달 주요 8개국(G8) 정상회의에서 “미국이 계획하는 폴란드, 체코 MD 시설 건설 대신 아제르바이잔의 레이더 기지를 이용하자”고 제안한 데 이어 더 적극적인 구상을 내놓은 것이다.

부시 대통령은 “매우 진지하고 혁신적이며 전략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폴란드, 체코 MD 기지 건설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견해를 굽히지 않았다.

스티븐 해들리 백악관 안보보좌관은 기자들에게 “러시아 측의 진지한 협력 의사를 확인했다”며 “일부 실제 진전이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 등은 1998년에도 양국이 미사일 방위 협력을 시도했으나 결국 실패했던 전례를 들며, 공동의 MD 체제 구축이 현실화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부시 대통령은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BDA)은행에 묶였던 북한 자금의 송금에 러시아가 협력해 준 데 대해 푸틴 대통령에게 감사를 표했다. 두 정상은 또 이란 핵 프로그램 저지를 위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를 통해 공동 대응한다는 데에도 합의했다.

비공식 회담이어서 정상 간의 공동선언문 발표나 서명은 없었지만 양국의 외교장관은 3일 민간 핵 협력 협정에 서명하고 “전략무기감축협정(START)이 종료되는 2009년 이전에 장거리 핵무기 보유량을 국가안보 유지와 동맹에 필요한 최저 수준으로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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