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정책 유럽에선…佛 “자율화가 답”, 英 “평준화가 독”

  • 입력 2007년 6월 27일 03시 00분


《영국과 프랑스가 경쟁 체제 도입을 화두로 본격적인 교육 개혁에 나섰다.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은 취임 후 첫 번째로 대학 개혁에 칼을 뽑았다. 대학의 자율운영 보장과 대학 간 경쟁체제 도입이 개혁의 핵심 내용이다. 27일 취임하는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는 중고교의 수준별 학습 강화를 약속했다. 또 보수당과 유력 싱크탱크에서 평준화 교육의 실패를 비판하는 목소리도 높다.》


佛 “자율화가 답”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EU 미니 헌법을 체결하고 프랑스로 돌아와 첫 번째로 손을 댄 것은 대학 개혁이다.

그는 25일 대학총장협의회(CPU)에서 총장들을 만나 다음 달 4일 국무회의에 부칠 대학 개혁 법안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거센 논란을 불러일으킨 법안이어서 사르코지 대통령은 27일 학생 및 교직원 조직 대표들과도 만나 의견을 들을 예정이다.

이 법안은 국립대에 자산 불하 등 재정 지원을 하고 예산 배정에도 자율권을 주며 석사과정 진학 때 대학에 학생 선발권을 주는 것을 골자로 한다.

그러나 학생과 교직원들은 대학이 약속한 발전 목표에 대한 평가 시스템을 도입한 이 법안이 대학에 경쟁 체제를 도입하게 될 것이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프랑스 대학은 모두 국립이며 고교 졸업시험만 통과하면 누구나 대학 교육을 받을 수 있지만 대학 간 경쟁이 없고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위기에 빠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학 총장들은 원칙적으로 대학 개혁에 찬성한다. 파리6대(퀴리 부부 대학)의 장샤를 포므롤 총장은 르 피가로와의 인터뷰에서 “명성이 높은 강사와 교수가 해외로 빠져나가지 않고 연구에 전념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개혁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학생 조직은 60명으로 구성된 학교운영위원회가 20명으로 줄어들면서 학생들의 영향력이 줄어들고 석사과정 진학이 어려워질 것을 우려했다.

英 “평준화가 독”

“평준화(종합학교) 교육으로는 안 된다.”

영국의 싱크탱크 가운데 하나인 경제연구회(ERC)는 비평준화 학교인 공립중등학교(grammer school)와 학비가 싸고 작은 사립학교를 더 많이 설립하는 것이 영국 초중고교생의 학력을 끌어올리는 길이라고 제안했다고 영국 가디언지가 25일 보도했다.

ERC가 최근 낸 보고서는 학군 내에서 무시험 전형하는 종합학교가 특권을 없앤다는 명목을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계층 이동을 막는 역할만 했다며 경쟁적 교육의 쇠퇴가 사회계층 이동의 둔화라는 아이러니한 결과로 이어졌다고 비판했다.

이 보고서를 작성한 데이비드 오키프 버밍엄대 사회과학 교수는 가디언지와의 인터뷰에서 “학군에 따라 학교가 결정되는 종합학교 체제에서는 좋은 학교가 있어 집값이 높은 학군에 집을 살 수 있고 자녀에게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할 수 있는 부유층만이 혜택을 본다”고 말했다.

이 보고서는 영국 보수당 내에서 공립중등학교 증설을 둘러싸고 거센 논란이 벌어진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받고 있다.

영국에서는 대학 진학을 위해 라틴어를 배우는 공립중등학교를 거론하는 것이 귀족 엘리트 사회로의 회귀를 주장하는 것처럼 부정적으로 여겨진다.

이런 가운데 보수당 당수 데이비드 캐머런 그림자 내각(섀도 캐비닛)의 도미니크 그리브 법무장관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자체가 원한다면 공립중등교를 더 많이 세워야 한다”고 과감하게 주장해 당 안팎에 논란을 일으켰다.

파리=송평인 특파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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