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친구끼리 모처럼 떠난 여행길이…”

  • 입력 2007년 6월 26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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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사 대책회의 25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13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인 탑승자들을 모집했던 하나투어 홍보실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여행사 대책회의 25일 캄보디아에서 한국인 13명이 탑승한 여객기가 추락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인 탑승자들을 모집했던 하나투어 홍보실 직원들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책회의를 하고 있다. 변영욱 기자
사고비행기탄모녀 사고 여객기를 탄 것으로 알려진 최찬례 씨(오른쪽)와 딸 서유경 씨. 연합뉴스
사고비행기탄모녀 사고 여객기를 탄 것으로 알려진 최찬례 씨(오른쪽)와 딸 서유경 씨. 연합뉴스
앙코르와트의 신들이 사랑하는 가족, 친구와 여행을 떠난 사람들의 행복을 시샘했던 것일까. 캄보디아 시아누크빌 인근에서 추락한 것으로 추정되는 여객기 탑승객 중 한국인들은 모두 가족, 친지 단위의 여행객들이라 한국에 남아 있는 가족들을 더욱 애타게 하고 있다.

25일 오전 10시(한국 시간 낮 12시) 캄보디아 민항사인 PMT 소속 AN-24기가 한국인 승객 12명 등 최소한 22명을 태우고 앙코르와트 인근 시엠리아프 공항을 이륙하던 당시 기상상황은 비바람이 몰아치는 악천후였다. 오전 11시 목적지 시아누크빌에 도착할 예정이었던 이 비행기는 이륙 후 37분 만에 레이더망에서 사라졌다. 계속되는 비바람 때문에 현지 항공당국은 비행기가 추락하고 난 뒤 헬기 수색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사고 항공기에 탑승한 것으로 확인된 한국인 승객은 관광객 12명과 한국인 현지 가이드 1명이다. 실종자들은 국내 여행사인 하나투어를 통해 모집됐으며 23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4박 6일 일정으로 캄보디아 시엠리아프와 시아누크빌을 관광할 예정이었다.

사고 소식이 전해지자 한국에 남은 가족들은 일제히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모녀가 함께 여행길에 올랐다가 변을 당한 최찬례(49·인천 부평구 산곡동) 씨의 남편 박희영(41) 씨는 “배낭여행을 가려던 걸 미덥지 않아 여행사에서 하는 코스로 보냈는데 이런 일을 당할 줄 몰랐다”며 망연자실했다. 박 씨는 “대학교 3학년인 둘째 딸 유경이가 여름방학을 맞아 아내와 함께 캄보디아로 여행을 떠난다며 들떠 있던 얼굴이 눈에 선하다”면서 “비행기가 추락했지만 반드시 살아 있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탑승자 이충원 씨 가족이 사는 경기 용인시 상현동 L아파트에는 사고 소식이 전해진 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주민들의 문의전화가 잇따랐다. 이 씨 이웃의 주민은 “이 씨 부부의 두 자녀가 충북 음성군에서 기독교계 대안학교(글로벌비전 크리스천 스쿨)에 다녔는데 1주일 전 방학을 해 온 가족이 함께 앙코르와트를 보러 간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오후 10시 30분경에는 사고 소식을 들은 큰딸 정민(16) 양의 중학교 동창생 10여 명이 찾아와 불 꺼진 창문을 바라보며 발을 동동 굴렀다. 김영은(15·여) 양은 “정민이와는 1학년 때 같은 반이었는데 너무 착하고 활발한 친구였다”고 말했고, 이왕국(16) 군은 “며칠 전 큰 여행가방을 메고 가는 정민이의 모습을 봤다”며 “정민이가 분명히 살아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탑승객 중 친구 사이로 알려진 노정숙(28·여) 씨와 이명옥(28·여) 씨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의 한 건축사무소에서 설계업무를 담당하는 회사 동료인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25일부터 28일까지 여름휴가를 받은 뒤 주말 연휴를 합쳐 캄보디아 여행을 떠났다가 변을 당했다. 노 씨의 아버지 노호환(58·경남 거제시 능포동) 씨는 “대학을 졸업한 뒤 혼자 힘으로 시집갈 준비를 하겠다며 타지에서 열심히 일하고 고생만 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고 오빠 중기(30) 씨는 “어떤 사고를 당했는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착한 내 동생이 제발 살아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경찰, 지문감식요원 급파

한편 26일 하나투어 관계자 3명과 함께 실종자 가족 13명, PMT 한국지사장 등이 26일 오후 1시 반 중국남방항공기로 인천공항에서 프놈펜으로 출발할 예정이다. 경찰청도 26일 한국인 사상자 신원 확인을 위해 지문감식요원 1명과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자 1명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홍수영 기자 gaea@donga.com

용인=이성호 기자 starsky@donga.com

거제=윤희각 기자 tot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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