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IT혁명, 계급혁명 이끈다… 최하층 신분상승 꿈 이뤄

  • 입력 2007년 6월 25일 03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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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성장하는 인도의 정보기술(IT) 시장이 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카스트(계급)제도를 몰아내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3일 보도했다.

카스트제도의 최하층 계급으로 사회활동에서 엄격한 차별대우를 받아 온 ‘불가촉천민’들이 IT 분야에 진출하면서 신분 상승의 꿈을 이뤄 가고 있는 것. WSJ는 인포시스, 와이프로 등 인도 굴지의 IT 대기업이 매년 500∼1000명씩 채용하는 인력 중에서 20%는 최하층 계급 출신이라고 분석했다. 마이크로소프트(MS), IBM 등 외국계 기업에서 일하는 불가촉천민은 30%에 이른다.

대부분 외국기업과 아웃소싱(외부 인력조달) 관계를 맺고 있는 인도의 IT업체들은 인력 선발 과정에서 순수 국내기업만큼 계급제도에 심각하게 구애받지 않는다. MS 인도 지사는 ‘인재 선발을 결정짓는 유일한 카스트는 바로 재능(talent)’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하층민의 지원을 장려하고 있다. 일부 IT 기업은 아예 지원자 입사서류에 성(姓)을 머리글자로만 표기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인도에서는 성만 보고도 그 사람이 속한 신분계급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불가촉천민에게 자유로운 취업의 기회가 열려 있는 것은 아니다. 인도의 불가촉천민은 전체 인구의 16%인 1억6000만여 명. 이 중에서 IT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은 10만 명 미만이다.

취업에 필요한 교육의 기회는 주로 대도시 천민들에게 열려 있다. 천민 교육을 돕는 비정부기구(NGO)의 활동이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설사 교육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직장생활에 필요한 영어능력 부족으로 취업 후 차별을 당하기도 한다.

인도는 1970년대부터 공무원 임용 때 23%를 불가촉천민에게 할당하는 차별철폐법을 시행해 왔으나 공직 선발 과정에 만연한 부정부패로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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