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눈/밥 허버트]아이머스 바이러스

  • 입력 2007년 4월 24일 03시 0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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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의 라디오 진행자 돈 아이머스 씨가 럿거스대 여자 농구팀에 던진 비하 발언으로 해고된 지 며칠 뒤, 브루클린의 한 경찰 관할구역에서 점호를 실시하던 한 경사가 여성 경찰관 세 명을 “창녀(ho)들”이라고 부르며 일어나라고 명령했다.

이들 여성 경찰관(흑인 2명과 라틴계 1명)은 일어나길 거부했다.

여성 경찰관들은 이런 발언에 놀라 귀를 의심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들은 전체 경찰관 17명 중 3명이었다. 그들은 폭행을 당해 상처를 입은 데다 모욕까지 당했다고 느꼈다.

사건은 일요일인 15일 뉴욕 경찰국 제70구역에서 발생했다. 그곳은 1997년 아이티 이민자 애브너 루이마 씨가 경찰에 끌려가 부러진 빗자루로 성폭행을 당해 악명을 떨쳤던 바로 그 구역이다.

세 여성 경찰관 트로넷 잭슨(36), 캐런 넬슨(31), 마리아 고메스(29) 씨는 카를로스 마테오 경사가 일상적인 점호를 하면서 그들을 가리켜 “일어나, 창녀들아”라고 명령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때는 아이머스 씨가 럿거스대 선수들을 “곱슬머리 창녀들”이라고 불러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시점이다.

세 여성 경찰관은 그대로 앉아 있었다.

그때 다른 경찰관 랠프 몬타네스 씨가 끼어들어 “경사님, 그냥 창녀가 아니고 곱슬머리 창녀(nappy-headed ho)죠”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들은 여전히 침묵한 채 자리에 앉아 있었다.

마테오 경사는 다시 말했다. “잭슨, 고메스, 왜 일어나지 않는 거야?”

다른 경찰관이 경사에게 말했다. “그들은 경사님이 창녀라고 불러 모욕을 당했고 그것에 항의하는 겁니다.”

이 사건은 아이머스 씨의 비하 발언 같은 인종차별적, 성차별적 발언이 사회 분위기에 어떤 해악을 미치는지 보여 주는 수많은 사례 중 하나에 불과하다. 또 다른 사건은 이보다 이틀 전에 일어났다. 퀸스의 마약반 경사가 ‘농담 삼아’ 흑인 여성 경찰관에게 이렇게 말했다는 것이다. “내게 말대꾸하면 곱슬머리 창녀라고 부를 거야.”

인종차별과 성차별주의는 언제나 경멸적인 것이고 사회적으로 큰 해악을 끼친다. 차별적인 발언을 들은 사람은 이런 모욕을 참아선 안 된다. 면전에서 뺨을 맞았을 때처럼 대응해야 한다.

세 여성 경찰관은 맞서 싸우기로 했다. 점호가 끝난 직후 그들은 항의했지만 무시되고 말았다. 그러자 그들은 감찰 담당관에게 항의했고 보니타 젤먼 변호사를 고용했다.

그들은 오늘 이들이 들은 비하 발언이 성과 인종을 이유로 한 차별에 해당한다며 연방법원에 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이는 작은 일이 아니다. ‘상급자가 어떻게 창녀라고 부르는 하급자에게 승진 기회를 주겠느냐’고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당연하다.

젤먼 변호사는 “이런 언어 행위가 미칠 영향이 매우 염려스럽다”며 “백인 남성이 지배하는 경찰 관료 조직에서 살아남기 위해 애쓰는 유색인종의 여성에겐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레이 켈리 뉴욕 경찰국장도 제70구역 사건을 얘기하며 그런 발언이야말로 비열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국은 마테오 경사가 제70구역에서 다른 데로 전근됐으며 더는 관리직에 일하지 않게 됐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또 그와 몬타네스 씨는 징계위원회에 회부될 것이다.

퀸스의 마약반 경사에 대해서도 경찰은 징계 절차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경찰은 다른 조직들도 그렇듯 젤먼 변호사의 표현대로 ‘아이머스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이다.

밥 허버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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