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범행 후 자신의 방서 소포 만든뒤 부쳐

  • 입력 2007년 4월 20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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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인 조승희가 2번째 총기 난사 학살을 하기 전 시간을 쪼개 미국 NBC방송국에 보낸 10분 분량의 DVD 녹화물과 43장의 사진, 자신의 생각을 담은 1800자 분량의 선언문.

그는 언제 어디서 이것을 제작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범행을 준비했을까.

뉴욕타임스 인터넷판은 19일 수사 관계자의 말을 빌려 “범인은 2주 반이나 3주 정도 이번 사건을 준비했고 한 호텔에서 하룻밤 묵으며 사진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동영상도 같은 장소에서 제작한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조승희 룸메이트 카란 그레왈 씨는 “같이 쓰던 방에서 비디오 촬영을 한 것 같다”며 “사진의 벽 등은 정확히 기숙사의 벽과 일치한다”고 말했다고 AP통신은 전했다.

NBC방송은 “범인은 첫 번째 범행을 저지르고 방에 돌아와 소포를 꾸려 우체국으로 갔지만 내용물은 최소 6일 전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했다. 제작 시점에 관해선 각기 약간씩 내용이 엇갈렸다.

방송은 또 조승희가 비디오를 촬영하면서 기기 조작을 위해 카메라로 다가오는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와 혼자 제작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방송국에 보낸 사진 등 소포는 그가 두 차례 범행 중간에 무엇을 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줬다.

그는 범행 당일 오전 7시 15분경 웨스턴 앰블러 존스턴홀 기숙사에서 2명을 살해한 뒤 기숙사 하퍼홀로 돌아왔다. 그는 방송국에 보낼 소포를 포장해 챙긴 뒤 1마일(약 1.6km) 정도 떨어진 노스 메인가 118의 버지니아 우체국으로 가 오전 9시 1분 ‘소인’이 찍힌 소포를 NBC 뉴욕 본사에 보냈다. 두 자루의 권총과 수백 발의 총탄, 쇠사슬 등으로 무장한 그는 9시 15분경 노리스 홀에서 강의실을 돌며 살인 행각을 시작했다.

1차 범행 후 경찰이 엉뚱한 사람을 용의자로 지목해 조사하는 사이에 그는 소리 없이 다음 범행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

NBC는 소포가 사건 이튿날인 17일 오후 도착했지만 주소와 우편번호가 틀려 하루가 더 지난 18일 아침까지 열지 않았다. NBC는 우편물을 발송한 사람의 신원을 파악한 뒤 수사 당국에 신고했다.

이어 NBC는 동영상과 사진을 18일(현지 시간) 저녁 ‘NBC 나이틀리 뉴스’에서 처음 방송해 미국과 세계를 다시 한 번 놀라게 했다.

그의 사진과 동영상이 뉴스를 통해 공개되자 버지니아공대 학생과 교직원들은 그의 치밀한 범행 준비에 경악했다. 충격을 받은 일부는 화면을 끝까지 보지 못하고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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