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어 미국 전 부통령 "기후변화는 문명생존 위협하는 위기"

  • 입력 2007년 3월 22일 15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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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온난화 방지를 외쳐온 앨 고어 전 미국 부통령이 21일 의회 청문회에 겹치기 출연을 했다. 그는 오전 하원의 환경·에너지 관련 2개 상임위의 합동회의에, 오후에는 상원 환경·공공사업 위원회에 출석해 환경위기의 진단과 해법을 논했다.

온난화가 부를 재앙을 다룬 영화 '불편한 진실'에서 일찌감치 확인됐듯 그는 이날 과학자, 환경정책가, 정치인의 경계를 넘나들며 풍부한 식견을 과시했다. 조금도 위축됨이 없는 당당한 자세로 그는 과거의 동료 의원들에게 '강의'와 '호소'가 한데 버무려진 증언을 이어갔다.

그는 하원의원 8년, 상원의원 8년을 거쳐 다시 8년을 부통령으로 일한 바 있다.

미 언론은 백악관을 떠난 지 6년 만에 의회를 찾은 그를 두고 "하원은 대학 강의실 같았지만 상원은 정치 다툼장이 연출됐다"고 전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이날 두 청문회에서 "고열에 시달리는 지구를 당신의 아이라고 생각해 달라"고 호소했다. "당신의 아이가 고열에 시달리고, 의사가 독감이라고 진단한다면 '의사의 진단의 과학적 완벽성'을 의심하면서 응급조치를 늦추겠습니까."

민주당의 옛 동지들은 "뛰어난 리더십에 경의를 표한다"며 그의 등장을 환영했다. 백악관을 8년간 함께 지켰던 힐러리 클린턴 의원도 눈에 띄었다.

고어 전 부통령은 2차례의 청문회 내내 "제발 당파적 싸움을 뒤로 하고, 과학적 검증이 끝난 온난화 방지를 위해 한 목소리로 법제화를 서둘라 달라. 그래야 인도 중국이 미국의 리더십을 따라올 수 있다"고 호소했다. 탄소세 부과, 백열전구 사용금지, 단열재가 제대로 설치된 주택 융자금의 이자감면 혜택 등 10가지 제안도 내놓았다.

그러나 일부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작심한 듯 공세를 폈다.

제임스 인호프 상원의원은 "온난화 과장론자들은 늘 비과학적인 근거를 댄다"며 "이산화탄소 소비세 신설에는 줄잡아 3000억 달러가 소요된다. 내 지역구(오클라호마 주)의 저소득층은 난방비 80% 인상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인호프 의원은 답변이 길어지면 여지없이 "시간이 없다"며 발언을 잘랐고 그때마다 민주당 상임위원장은 "답변 기회를 주라"며 신경전을 폈다. 미 의회에선 지금까지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고어 전 부통령은 "카메라 치운 자리에서 만나 아침식사 한번 같이 하자. 차분히 설명하겠다"고 응수했다.

인호프 의원은 모른 척 "에너지 절약론자로서 앞으로 평균 미국인의 에너지 사용량 정도만 쓰겠다고 약속할 뜻이 있느냐"며 공격을 계속했다. 고어 전 부통령의 개인 전기소비량을 꼬집은 것.

지난 달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린 직후 한 보수단체는 "앨 고어의 한달 전기사용액을 확인해 보니 월 1400달러다. 부부만 사는 그가 일반 4인 가족 전기량의 20배를 더 쓰면서 대체에너지 사용을 주장할 수 있느냐"며 몰아세운 바 있다.

고어 전 부통령은 "난 휘발유 전기 겸용 하이브리드 차를 타고 집에는 태양열 집열기도 있다"며 즉답을 피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날 고어 전 부통령은 새로 산 하이브리드 SUV를 타고 왔다"고 전했다.

워싱턴=김승련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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