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총 의원이 아베 총리에게 보내는 서한 전문

  • 입력 2007년 3월 20일 12시 1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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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신조 일본 총리께

안녕하십니까.

대한민국 국회의원 유기홍입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께 두 번째 공개서한을 보내게 되었습니다.

본 의원은 대한민국의 국회의원 110명이 참여하는 <올바른 역사교육을 위한 국회의원 모임>의 대표간사, 국회 교육위원회 간사로서 한일 양국의 관계가 지금까지의 갈등을 해소하고 보다 발전되기를 기원하고 있습니다.

본 의원은 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한지라 역사문제에 대해 다른 어떤 국회의원보다 많은 관심과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에 2004년부터 지금까지 한국과 일본 사회의 뜨거운 이슈였던 역사교과서 문제, 독도 영유권 문제, 군 ‘위안부’ 문제 등에 대해 꾸준하게 활동한 바 있습니다. 그 결과 한국의 청소년들에게 역사교육을 강화하고, 역사왜곡에 대응하기 위한 종합대책기구인 <동북아역사재단>을 설립하는 법안을 대표발의하는 결실을 얻기도 했습니다.

본 의원이 보낸 공개서한에 대해 진지하게 검토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제 소개를 다소 길게 적어보았습니다.

첫 번째로 보냈던 공개서한을 받아 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2005년 1월 15일에 일본 NHK 방송사가 제작한 특집프로그램, “전쟁을 어떻게 재판할 것인가”의 방송 내용이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였던 아베 총리의 정치적 압력으로 중단되었다는 논란에 대해 질문하는 공개서한이었습니다.

그러나 단 한 줄의 답변도 받지를 못해 상당히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보내는 두 번째 공개서한에 대해 일본을 대표하는 정치 수장으로서 책임있는 답변을 보내주시길 우선 청합니다.

갑작스런 편지를 보내게 된 이유는 명료합니다.

아베 총리께서 취임한 직후 한일 관계가 다시 회복할 여건이 조성되었습니다.

“고노 담화를 일본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으로 계승한다”고 아베 총리 스스로가 발표했고, 1993년 고노 요헤이의 담화는 일본 정부가 ‘위안부’ 강제 동원에 직접 관여했음을 인정했던 중요한 발표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지난 3월 1일 “일본군 ‘위안부’는 증거가 없다”, “미국 혼다결의안이 통과되더라도 일본이 사죄하는 일은 없다”고 입장을 뒤바꿨기 때문입니다. 또한 열흘도 지나지 않아 일본에 대한 국제여론이 악화되자 다시 “고노 담화를 계승하겠다”고 입장이 또 다시 바뀌었습니다.

무엇이 아베 총리의 진정한 입장인 지 대한민국 국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 본 의원이 3월 14일부터 17일까지 일본을 방문하던 중에 아베 총리께서 1997년에 발언했던 내용을 구하게 되었는데, 그 발언록 내용이 한국의 국민들 모두를 들고 일어서게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습니다.

1997년에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의 모임>에서 발간한 『역사교과서의 의문』이란 책자입니다.

1997년, 아베 총리께서 당시 <일본의 전도와 역사교육을 생각하는 젊은 의원의 모임>의 사무국장으로 재직하고 있을 때의 일입니다. 이시하라 노부오 전 관방부 국장에게 했던 질문 중에 아래와 같은 발언이 적혀 있습니다.

∘“토야마현으로 끌려갔었다”라는 말을 하는 사람마저 있는데, 토야마현에는 위안소도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하게 거짓말을 하고 있는 사람이 상당수 있다.

∘위안부에 대한 것이 유교적 사회 안에서 오십년간 입을 다물 수밖에 없었다라고 한다면, 정말로 한국이 그런 사회인지, 라는 의심도 생기고... 실제로는 한국에는 기생집이 많이 있어서, 그런 일을 많은 사람들이 일상적으로 하고 있다.

그러니까 그것은 말도 안되는 행위가 아니라, 상당히 생활 속에 섞여 있는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대한민국의 국회의원으로서 아베 총리의 1997년 발언에 대해 해명을 요구합니다.

또한 한국 국민들께 공개적으로 사과를 해야 합니다.

토야마현은 한국의 故 강덕경 할머니께서 일본군에 의해 강제연행되어 갇혀 있던 위안소가 위치했던 곳입니다. 故 강덕경 할머니께서 이 부분을 평생을 거쳐 명확하게 증언했고, 피해자의 증언은 국제법적으로도 명백하게 실효적인 증거로 활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는 ‘기생집이 많아 그런 일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이 많다. 그러니 까 위안부 일 같은 것이 상당히 생활 속에 섞여 있다‘는 아베 총리의 1997년 발언은 한국의 위신과 체면을 심각하게 손상시키고 폄하하는 매우 신중하지 못한 발언입니다.

역사적 증언을 왜곡하고, 이웃국가의 명예를 훼손하는 발언을 한 일국의 대표를 세계 어떤 국가에서 신뢰하고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협의할 수 있겠습니까.

그러함에도 영향력있는 소수 정치인의 관점에 따라 역사를 좌지우지하고, 젊은 세대들에게 그릇된 역사인식을 심어주는 것은 한국 등 아시아 각국 국민들의 감정을 자극함으로써 21세기 건설적인 협력관계를 손상시킬 것입니다.

이에 본 의원은 간략하게 아래의 두 가지 질의를 대한민국 국민을 대신해 공식적으로, 공개적으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께 전하고자 합니다.

첫째, ‘토야마현에 위안소가 없다, 한국에는 기생집이 많아 그런 일들이 상당히 생활 속에 녹아있다’라는 아베 총리의 1997년 발언과 2006년 총리 취임 직후 “고노 담화를 기본적으로 계승한다”는 입장 중, 어떤 것이 아베 총리의 진정한 입장은 무엇입니까?

또한 ‘기생집’ 운운하는 발언에 대해 한국 국민들께 공식적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보는데,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둘째, 일본군 ‘위안부’ 문제는 1996년, 1998년 두 차례에 걸쳐 UN 인권위원회에서도 일본이 법적 배상을 해야 한다고 결정했던 일이었습니다. 아베 총리께서 ‘위안부’ 에 대한 증거가 없다고 주장하는 객관적인 근거가 무엇입니까.

셋째, 여전히 답변을 듣지 못한 첫 번째 공개서한에 대해 답변을 듣고 싶습니다.

2005년 1월 15일 일본 NHK 방영하고자 했으나 아베 당시 자민당 간사장 대리의 정치적 외압으로 방영시간이 축소되고, 일부 내용이 삭제된 것에 대해 실제 담당 PD의 양심고백이 있었습니다. 아베 총리께서는 이 사실을 부인해 논란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정확한 사실을 한국과 일본의 국민들께 공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본 의원은 한일 관계가 성숙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올바른 과거사에 대한 인식과 양국의 성숙한 합의가 전제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라면 본 의원도 최선을 다할 것이며, 어떠한 토론과 협의의 자리를 마다하지 않을 것입니다.

갑작스런 서한으로 전하지 못한 말이 있으시다면 언제라도 회신주시길 바랍니다.

아베 총리의 성의있는 회신을 기대하겠습니다.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함께 만들어갈 파트너가 되길 원하며

2007년 3월 20일

대한민국 국회의원 유 기 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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