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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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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세 때부터 전쟁터를 전전한 한 청년이 ‘소년 병사’ 시절의 경험을 전 세계인 앞에서 증언했다. 5일 파리에서 유엔아동기금(UNICEF·유니세프) 후원으로 개막한 ‘소년 병사 근절을 위한 국제회의’에 참가한 58개국 대표들은 이스마엘 베아흐(26·사진) 씨의 증언에 귀를 기울였다.
시에라리온 출신으로 내전 중에 부모 형제를 모두 잃은 베아흐 씨가 처음 총을 잡은 것은 1990년대 중반. 그는 “목숨을 지킬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군대밖에 없었다”며 어린 나이에 군대에 들어간 동기를 밝혔다.
유엔의 추산에 따르면 18세 미만의 소년 병사는 10여 개 분쟁지역에서 25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전투병뿐 아니라 심부름꾼 짐꾼, 심지어 스파이로 부려진다. 베아흐 씨는 “소년 병사들을 도와주지 않을 경우 총을 다룰 줄 아는 그들은 언제든 100달러를 받고 이웃의 분쟁지역으로 가게 된다”며 국제사회의 도움을 호소했다.
소녀 병사들의 상황은 더욱 비참하다. 유엔의 한 관계자는 “여자 아이들은 엄마 역할까지 하면서 성적 노예로 내몰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상당수 어린이는 반군 등에 납치돼 전투병으로 길러진다. 영국 ‘어린이 구조’의 관계자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군대에 들어간 것으로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대부분은 가난 때문에 할 수 없이 들어간 경우이며 나머지는 납치된 경우”라고 지적했다.
필리프 두스트 블라지 프랑스 외교장관은 “소년 병사들에게 ‘다른 세상이 있고 다른 삶이 가능하다’는 점을 일깨워 줘야 한다”고 말했다. 소년 병사 시절을 거쳐 사회 적응 훈련을 받고 있는 사람은 약 9만5000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파리=금동근 특파원 go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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