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가경쟁력 ‘폭풍 주의보’

  • 입력 2007년 2월 7일 02시 56분


“미국 사회에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초대형 폭풍)’이 몰려온다.”

경제·인구학적 변화와 교육 시스템의 부실로 인해 2030년경 미국 사회가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교육평가원(ETS)은 6일 발표한 ‘미국의 퍼펙트 스톰’이라는 보고서에서 미국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3대 요소로 △읽고 쓰기 능력이 부족한 인구의 증가 △교육수준 하락 △지식집약적 경제구조 전환을 꼽았다. 이 보고서는 “이들 3개 요소는 개별적이 아니라 복합적으로 작용한다는 점에서 마치 3개 기상전선이 충돌해 메가톤급 폭풍을 만들어내는 ‘퍼펙트 스톰’과 같은 효과를 낸다”고 지적했다.

이 보고서는 “재교육 강화, 임금 격차 해소와 같은 대응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향후 20년 내에 미국의 경쟁력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에서 하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의 미래를 가장 어둡게 만드는 것은 인구학적 변화. 이민자 증가가 베이비붐 세대 인구 감소와 맞물리면서 중산층 감소와 노동의 질 하락을 몰고 오고 있다.

특히 우려할 만한 점은 읽고 쓰기 능력이 부족한 히스패닉 이민 인구의 급증. 보고서는 “히스패닉 인구의 절반 정도가 고등학교 졸업장이 없다”면서 “현재 14% 수준인 히스패닉 인구는 2030년에는 20%를 점할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편적인 교육 수준에서도 미국은 이제 선진국 중 상위 그룹에 속하지 못한다.

미국의 고등학교 졸업률은 OECD 29개 회원국 중 16위 수준. 1969년 77%로 최고치에 이른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이 보고서는 전반적인 교육 수준의 하락에 대해 “지난 30여 년간 연방정부와 주정부의 교육투자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고, 교육 커리큘럼이 우등학생 선도와 열등학생 구제 사이에서 어정쩡한 모습을 보여 왔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변화들은 지식집약형으로 변모하는 미국의 경제구조와 심각한 부조화를 빚으면서 ‘퍼펙트 스톰’의 마지막 축을 완성하고 있다. 이민자 증가와 교육 수준 하락이 노동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과 달리 일자리는 대졸 이상 학력을 요구하는 직종이 집중적으로 늘고 있는 것. 보고서는 관리·기술·고위 영업직이 전체 직업 증가의 3분의 2를 차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보고서 작성을 총괄한 어윈 커시 ETS 연구국장은 “교육·경제·인구학적 요소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작용하면서 미국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는 것은 지난 100년 만에 처음 있는 현상”이라며 “다른 어떤 분야보다 교육정책의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경제계에서도 대응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달 말 보수 계열의 미국기업연구소(AEI)와 진보 계열의 미국진보센터(CAP)는 이례적으로 공동 보고서를 내놓는다. 이 보고서에는 미국 각 주의 인구 변화, 교육 수준, 경제구조 사이의 상관관계를 평가한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정미경 기자 micke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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