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 하원 국제관계위원회를 통과한 뒤 폐기된 레인 에번스 의원 주도 결의안의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에번스 의원은 파킨슨병에 걸려 지난해 말 정계를 은퇴했다.
“에번스 전 의원이 펼친 노력의 횃불을 이어받게 돼 영광”이라며 제출한 혼다 의원의 결의안은 내용이 한층 강력하다. 결의안은 군위안부 만행의 역사적 책임을 명백하게 인정하고 사과할 것을 일본 정부에 촉구하면서 “공식 사과는 일본 총리의 공개성명을 통해 이뤄져야만 한다”고 못 박았다.
혼다 의원은 이날 결의안과 함께 제출한 낸시 펠로시 의장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의 성명서에서 “이 결의안의 목적은 일본을 망신 주고 때리려는 게 아니다”라며 “잔혹한 만행을 견뎌 내고 살아남은 여성들에게 정의를 되찾아 주는 것이 이 결의안의 목적”이라고 강조했다.
스스로 일본계이면서 자신이 일본의 군위안부 만행 규탄 결의안 채택을 주도하는 이유를 혼다 의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미국 의회는 1988년 시민자유법을 제정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내 일본계 미국인들을 강제수용소에 보냈던 것을 공식 사과한 바 있다. 강제수용소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던 사람으로서 결코 과거를 망각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리고 국가 차원의 행동(사과)을 통한 화해가 영속적인 효과를 갖는다는 것을 나는 직접 경험했다. 이 결의안은 화해를 위한 것이다.”
혼다 의원은 1941년 캘리포니아 주에서 태어났다. 바로 그해 12월 일본이 진주만을 공습했다. 갓난아기였던 그를 비롯한 온 가족은 창문이 가려진 차에 태워져 낯선 곳으로 끌려갔다. 훗날 그의 부모는 몇 차례나 당시의 일을 얘기하곤 했다고 혼다 의원은 회상했다. 그의 가족은 콜로라도 주의 강제수용소에서 생활하다 1953년에야 풀려나 딸기농장에서 소작농으로 일했다.
과학교사 출신으로 공립학교 교장을 두 번 지낸 뒤 2000년 하원의원에 당선돼 이번이 4선째인 혼다 의원은 주의회 의원 시절에도 군위안부 및 일본의 전쟁 범죄 사과 요구 결의안을 낸 바 있다.
이번 결의안이 하원 본회의에서 채택될지는 장담할 수 없다. 톰 랜토스 외교위원장과 펠로시 의장은 결의안을 지지하지만 일본은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를 지낸 밥 마이클 씨와 마크 폴리 전 하원의장 등 거물급 로비스트들을 내세워 물밑 외교전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혼다 의원은 이날 성명 마지막 부분에서 이렇게 호소했다.
“군위안부의 멍에를 안고 살아온 얼마 안 남은 생존자들이 지금 스러져 가고 있습니다. 이들이 조금이라도 마음의 평화를 얻도록 도와줘야 합니다. 미국은 정의를 갈구하는 그들의 목소리를 들었으며 그들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
워싱턴=이기홍 특파원 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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