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여배우의 눈물…영국 인종차별 파문 확산

  • 입력 2007년 1월 18일 17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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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유명 여배우가 영국의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인종차별적 발언으로 모욕당한 일 때문에 인도사회가 들끓고 있다.

영국을 비난하는 인도인들의 시위가 확산되면서 양국간 외교 분쟁으로 번질 조짐이다.

사건 당사자는 '발리우드(인도 영화계를 할리우드에 빗대 일컫는 말)' 스타인 쉴파 셰티(31). 그녀는 최근 영국 방송 '채널4'의 리얼리티 쇼 '셀레브리티 빅 브라더(Celebrity Big Brother)'에 출연했다. 이 프로그램에서 셰티는 다른 출연자들과 함께 요리를 했다.

이 방송 출연자들은 그녀가 만든 요리에 손을 대지 않고 "인도에서는 손으로 음식을 먹는데, 그 손으로 (화장실 용무 등) 뭘 했는지 알게 뭐냐"고 비아냥거렸다. 제이드 구디라는 출연자는 "당신 나라 슬럼가로 돌아가라"고 공격했다.

출연자들은 또 셰티의 인도식 영어 악센트를 놀렸고 그를 이름 대신 '인도인'이라고 불렀다. 파키스탄 인을 경멸적으로 지칭하는 '파키'라는 용어를 쓰기도 했다. 참다못한 셰티는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이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고 프로그램 동영상이 인터넷에 유포되자 격분한 인도인들은 프로그램 연출자의 허수아비를 만들어 불에 태우며 격렬한 시위를 벌였다. 해당 프로그램 게시판에는 2만 건이 넘는 항의 글이 쏟아졌다. 어떤 이는 과거 영국의 인도 식민지배 역사를 거론하며 분노를 표출했다.

파문이 확산되자 인도 정부는 "상황을 파악한 뒤 영국 측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나섰다.

또 영국경찰은 인종차별에 대한 고발이 접수됨에 따라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인도를 방문 중인 고든 브라운 영국 재무장관은 이 사건에 대해 "영국의 공명정대함과 관용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도 "문제가 된 프로그램을 보지는 못했다"면서도 "영국은 어떤 형태의 인종차별도 반대한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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