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PC방 숙박족’ 증가…일용직 젊은이들 잠자리 해결

  • 입력 2006년 12월 25일 19시 44분


PC방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일본의 젊은 층이 크게 늘고 있다.

게임에 빠져서가 아니다. 불안한 일자리와 쥐꼬리만한 수입으로 노숙자 신세를 면할 만한 곳이 PC방 밖에 없기 때문이다.

도쿄(東京) 오타(大田)구 JR가마타(蒲田)역 근처에 위치한 한 PC방.

상점가의 셔터가 내려가고 인적이 뜸해지는 오후 10시가 넘으면 도쿄와 요코하마(橫浜) 등에서 숙박객이 몰려든다.

숙박요금은 하룻밤에 1000엔(8000원). 식사는 대부분 주변 편의점에서 도시락과 음료수를 사서 해결한다.

눈을 붙이려면 책상에 발을 올리고 등받이를 뒤로 젖힌 채 '새우등' 자세가 돼야하지만 오후 11시가 되면 약 200개에 이르는 자리가 모두 들어찬다.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이는 비단 도쿄에서만 빚어지는 풍경이 아니다. 이런 PC방은 일본 전역에 걸쳐 2700여 곳에 이른다.

올해 30세인 대졸 남성 A씨의 숙소는 오사카(大阪)의 한 PC방. 지난해 가을 3개월분 월세가 밀려 셋집에서 쫓겨난 것이 시작이었다.

파견회사에 인력 등록을 해둔 그는 주 5일정도 창고 정리와 판촉용 화장지 배포 등의 일감을 받는다.

일당 7000~8000엔의 수입으로는 5시간당 1500엔에 샤워와 양치질을 할 수 있고 담요도 빌릴 수 있는 PC방 이외에 마땅한 잠자리가 없다.

성인남성 한명이 앉거나 몸을 완전히 뻗을 수 있는 작은 캡슐모양의 숙박시설인 '캡슐호텔'도 그에게는 사치. 1회 숙박요금이 3000~4000엔인 캡슐호텔은 지칠 대로 지쳐 진짜 휴식이 필요할 때만 찾는다.

3, 4년 전부터 일본 경제가 호황을 누리면서 현역 대학생들에게는 정규직 일자리가 남아돌고 있다. 하지만 '10년 불황'의 와중에서 번듯한 회사의 신입사원이 될 기회를 놓친 A씨 같은 '프리터'에게는 남의 이야기다. 프리터는 영어 '프리(free)'와 독일어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로 정규직 취업을 포기하고 일용직으로 연명하는 이들을 말한다.

일본의 프리터 인구는 100만 명에 육박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으며, 이들의 계층이동이 어려워지면서 '하류사회'라는 용어가 유행하고 있다.

도쿄=천광암특파원 ia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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