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당방위권 확대 법률 논란

  • 입력 2006년 8월 8일 18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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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한 해 동안 미국 15개 주에서 피해자의 정당방위권을 크게 확대한 법률이 채택되면서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7일 보도했다.

새 법률의 요점은 '치명적 강제력(deadly force)'을 사용하기 전의 '퇴각의무' 조항을 삭제한 것. 피해자가 정당방위로 가해자를 살해하기 전에 '상황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을 먼저 시도해야 한다는 조항을 폐지했다.

이전 법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었다고 인정되면 살인죄로 처벌받았지만 새로운 법은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있든 없든 관계없이 모두 정당방위로 인정하고 있다. 집에 허락 없이 들어오는 사람을 쏴 죽여도 무죄다.

이 법에 대해 미국에서는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해 필요한 법이라는 찬성론과 함께 '우선 쏜다'는 식의 살인면허를 준 것이라는 비판론이 공존한다.

새 법안의 통과를 위해 꾸준히 로비활동을 펼쳐온 전미총기협회(NRA)는 "법은 가해자보다 짧은 시간에 목숨을 지킬 결정을 내려야 하는 피해자의 편에 서야 한다"며 법안을 옹호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많은 시민단체들은 이 법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반대하고 있다. 법률가들은 가장 큰 문제는 정당방위행위의 입증에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고 비판한다.

플로리다 주에서 6월 한 주민이 쓰레기를 버리는 문제로 이웃 주민과 다투다가 총을 쏜 사건이 대표적인 예. 중상을 입은 피해자는 가해자가 집에서 총을 꺼내 한마디 말도 없이 가슴을 쐈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의 집 문을 한 발짝 넘어왔으며 자신은 집을 지킬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건은 아직 심리 중에 있다.

새 법안은 플로리다, 조지아, 루이지애나, 미시시피. 애리조나 등 남부와 중서부 15개 주에서 채택됐다. 또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콜로라도 등 8개 주가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제일 먼저 이 법안을 채택한 주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의 동생이 주지사로 있는 플로리다 주. '내 자리 지키기 법(Stand Your Ground Bill)'이라는 이름으로 지난해 10월 주 의회를 통과했다.

주성하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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