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살아보니/셰란란]어, 왜 인사하지?

  • 입력 2006년 8월 4일 03시 02분


한국생활 3개월째인 요즘 대학시절 한국어를 전공했다는 사실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 2000년 중국 산둥(山東)성 옌타이(煙臺)대 한국어과에 입학했을 때만 해도 한국은 대학생에게 관심 있는 나라가 아니었다. 지금은 중국이 TV 드라마 영화 가수 패션 액세서리에 이르기까지 한류열풍으로 뜨겁지만 당시만 해도 ‘한류’는 없었다.

주위에선 한국어과를 지원하기보다는 영문과에 들어가기를 권유했다. 지금 중국에서는 한국어를 전공한 학생이 다른 학생보다 취직하기가 훨씬 쉽다. 특히 한국기업이 모여 있는 도시에서 높은 연봉과 취업률을 자랑한다. 같은 해 영문과에 들어간 대학 동기는 한국어과 졸업생이 부럽다며 푸념한다.

한국생활은 이번이 두 번째다. 대학 3학년 2학기 때 경기 용인시의 강남대에서 1년 동안 교환학생으로 공부했다. 졸업 후 옌타이 시청 산하인 옌타이 시 투자촉진국에 들어갔고 이번에 국제화재단 초청으로 광주시청에서 6개월 일정으로 근무하고 있다.

언어를 알면 문화가 보인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유학시절이나 지금이나 한국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한국인의 예의범절이다.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엘리베이터 안에서 사람들이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을 보고 어리둥절했다. 잘 아는 사이 같지도 않은데 머리를 숙여 인사하는 게 왠지 낯설게 느껴졌다. 인사가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인본주의에서 비롯됐다는 것을 알고 책에서 깨치지 못한 점을 생활에서 배울 수 있다고 깨닫게 됐다.

3년 만에 다시 와 보니 달라진 게 너무 많았다. 깨끗한 공공화장실에 휴지, 비누가 항상 준비돼 있고 장애인용 자리와 유아용 좌변기를 따로 설치해 놀랐다. 지하철을 기다리는 시간에 TV나 영상물을 볼 수 있고 공공장소에 장애인을 배려하는 시설이 크게 늘어난 점도 변화된 모습이다.

자주 들르는 곳이 우체국, 은행, 출입국사무소다. 한국말이 서툴러 혼자 가기 꺼렸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짜증을 낼 법도 한데 환하게 웃으며 자세히 설명해 주는 직원의 친절함에서 또 다른 한국을 보게 됐다. 광주시청에 근무하면서 가장 인상적인 건 ‘친절교육’이었다. 전화 받는 법, 민원인 응대법을 보고 배우면서 중국에도 이런 교육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한국사람 하면 ‘열정’을 빼놓을 수 없다. 2002년 월드컵 때 붉은 악마의 거리응원을 보면서 정말 결집력이 강한 나라라는 것을 느꼈다. 지난 독일 월드컵 때 보인 한국인의 열정은 4년이 지나도 결코 식지 않는 ‘용광로’ 같았다. 서울시청 앞에서 붉은 물결을 보고, 새벽 내내 아파트에서 ‘대한민국’을 외치는 소리를 들으며, 온 나라가 똘똘 뭉치는 모습에서 신선한 충격을 받았다.

이런 한국의 정신문화를 아는 중국 사람은 많지 않다. 한류 열풍이 불고 있지만 특정 분야, 특정 계층에 국한된 얘기다. 한국에서 살면서 아쉬운 것은 중국인이 한국을 알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다는 사실이다. 많은 중국인이 관광차 한국을 찾지만 전체 인구로 따지면 그 수는 미미하다. 자매결연 도시끼리 홈스테이나 교환방문을 적극 추진하면 한국과 중국이 지금보다 훨씬 더 가까운 나라가 되지 않을까.

셰란란(解蘭蘭) 중국 옌타이 시 공무원·광주시 파견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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