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후두드'법 개정으로 1300여명 '새로운 삶'

  • 입력 2006년 7월 12일 16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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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간당했다는 것을 입증해줄 4명의 남성이 없으면 간통으로 간주, 가족이 강요한 결혼을 거부해도 유죄, 처벌은 돌로 쳐 죽이기….

여성인권 탄압으로 논란을 빚어온 파키스탄의 '후두드(hudood)'법에 담긴 주요 내용이다. 이 악명 높은 후두드법이 개정되면서 이 법에 의해 구속돼 있던 여성 수감자 1300여명이 조만간 보석으로 풀려날 예정이다.

12일 외신들에 따르면 파키스탄 당국은 무샤라프 대통령이 7일 후두드법의 개정을 지시한 뒤 이날까지 모두 130명의 여성 수감자를 석방했다. 조만간 풀려날 다른 여성 수감자를 모두 합치면 1300명에 이른다.

'한계' 혹은 '테두리'라는 뜻을 지닌 후두드법은 1979년 지아 울하크 장군의 군사정권 때 법체계를 이슬람식으로 정비하면서 생겨났다. 간통과 강간을 구분하지 않고 여성을 반인권적으로 구속하는 내용 외에 절도의 경우 오른손 자르기, 음주는 채찍 80대 등 가혹한 처벌 규정들을 담고 있다.

인권단체들의 문제제기가 잇따르면서 무샤라프 대통령이 5년 전 법 개정 의사를 밝혔지만 이슬람 강경론자들의 반대에 밀렸다. 그러나 최근 파키스탄의 '지오(GEO) TV'가 시리즈 프로그램을 통해 이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면서 개정 여론에 힘이 실린 것.

파키스탄의 여성 인권 문제는 지난달 남동생의 죄 값을 대신 치루라는 부족회의의 결정에 따라 이웃들에게 집단 성폭행당한 무크타란 마이(36) 씨의 법정투쟁이 알려지면서 국제적인 관심을 끌었다.

정부 산하 이슬람 정체성위원회는 9월 개정안을 제출해 국회의 의결을 거칠 예정이다. 후두드법 문제에 매달려온 인권단체들은 "폐지가 아닌 법안 개정과 보석 석방은 1회성 제스처에 그칠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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