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듣기 싫은 말도 들으세요” 백악관에 새 바람

  • 입력 2006년 6월 21일 03시 0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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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슈아 볼턴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기타를 치고 있다. 볼턴 비서실장이 4월 부임한 이후 백악관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조슈아 볼턴 미국 백악관 비서실장이 기타를 치고 있다. 볼턴 비서실장이 4월 부임한 이후 백악관이 변하고 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온다. 사진 출처 뉴욕타임스
30%대로 떨어진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의 지지율을 올리라는 특명을 받고 4월 발탁된 조슈아 볼턴 대통령비서실장. 그가 21일 뉴욕타임스와 취임 후 처음 인터뷰했다.

그러나 인터뷰 내용자체보다 인터뷰를 한 언론사가 뉴욕타임스라는 점 때문에 워싱턴 정치권에선 ‘일대 사변(事變)’으로 여기며 입을 다물지 못하고 있다.

부시 대통령의 정책과 철학에 끊임없는 비판을 해 온 이 ‘유력 신문’은 부시 백악관에선 금기와 경원의 대상이었다. 2004년 대통령 선거 때 “존 케리 민주당 후보를 지지한다”며 사설 3개 분량의 지면을 할애해 ‘부시는 왜 대통령감이 아닌가’를 조목조목 써 내려갔던 신문이다. 아버지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은 TV에 출연해 “나는 최소한 그 신문은 안 본다”고 공언할 정도였다.

그러나 볼턴 비서실장은 첫 인터뷰의 영광을 ‘우호 매체’에 선물 돌리듯 하지 않았다. 부시 대통령은 물론 딕 체니 부통령을 비롯한 공화당 정권 핵심 인사들은 폭스뉴스 같은 보수논조의 매체에 인터뷰 우선순위를 줬고, 또 그게 당연한 것처럼 돼 왔지만 볼턴 비서실장은 그러지 않았다. 좋고 싫음을 떠나 백악관의 변화기류를 가장 효과적으로 전달할 매체를 고른 것이었다. 독점 인터뷰를 실은 뉴욕타임스에는 이런 저간의 사정들이 언급돼 있지 않다.

인터뷰를 보면 ‘비서실장 입문서’의 첫머리에 실릴 만한 내용이 눈에 띈다. ‘대통령에게 다른(비판적인) 의견도 가감 없이 전달한다’는 것이다.

볼턴 비서실장은 최근 이라크전쟁에 매우 비판적인 전문가들을 백악관으로 초대해 집무실에서 부시 대통령에게 직접 비판논리를 펼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초대받은 사람들의 구체적 조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이라크전쟁 비판론자들의 평소 논지를 감안하면 그 자리에서 오간 대화 내용을 어렵지 않게 떠올릴 수 있다.

뉴욕타임스는 “그는 대통령이 듣고 싶어 하는 것보다는 대통령이 알아야 하는 것을 먼저 전달하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좋은 평가를 곁들였다.

헨리 폴슨 골드만삭스 회장을 재무장관 자리로 불러낸 점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폴슨 장관 내정자는 자타가 공인하는 금융권 거물이었다. 하지만 부시 대통령이 월가 금융인을 체질적으로 멀리한다는 건 아는 사람은 다 아는 사실. 폴슨 내정자의 두 전임자들도 알루미늄회사, 철도회사 경영인 출신이었다. 부시 대통령은 그만큼 월가 금융인보다는 ‘실물경제 경험자’를 선호한다. 볼턴 비서실장의 추천은 이를테면 ‘보스의 생리’를 거스른 행동이었다. 갓 취임한 비서실장으로선 모험이 아닐 수 없었다.

워싱턴=김승련 특파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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