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화당 失政, 더 못참아”… 美 보수파 반란

  • 입력 2006년 5월 23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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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수운동의 원조인 리처드 비거리(사진) 씨가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 의원들에게 ‘공개 경고장’을 보냈다. 이들이 보수주의의 대의를 배신하고 있다는 것이다.

비거리 씨는 21일 워싱턴포스트 기고문을 통해 “어느 날 집에 돌아온 남편은 보따리를 싸놓고 이혼전문 변호사에게 전화를 거는 아내를 발견하게 될 것”이라는 말로 보수파의 반란을 경고했다.

‘미국판 뉴라이트’ 운동의 주창자이기도 한 그는 공화당 전국위원회와 관련 정치단체들에 대한 재정지원 중단과 제3의 정치세력 결성까지 촉구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지지율 하락에 시달리고 있는 공화당에는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비거리 씨는 1960년대 중반부터 진보파가 장악한 언론 상황에 대한 타개책으로 다이렉트 메일(DM)을 통한 보수주의 이념 전파와 정치자금 모금운동을 전개해 1980년 이후 공화당 시대의 토대를 구축하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보수파가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에 대해 갖는 불만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주(州)와 지방교육에 대한 연방정부의 과도한 개입, 불법체류자와 항만안전에 대한 미온적인 대처, 중국과 러시아의 점증하는 위협에 대한 무신경, 보수적인 대법원 판사 지명 실패,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재난에 대한 부실대응 등 일일이 다 열거하기 힘들 정도.

“문제 해결의 유일한 방법은 공화당이 11월 선거에서 패배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수파 사이에 커지고 있다”고 경고해 온 그는 이날 기고문에서 “가끔은 원칙을 고수하면서 일시적인 패배를 겪는 것이 낫다”고 말했다.

그는 “보수파는 부시 대통령과 공화당이 주도하는 의회에 싫증을 내고 있다”면서 “공화당이 극적인 방향전환을 하지 않으면 수백만 명의 보수파가 11월 선거 때 투표하지 않고 집에 머무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비거리 씨는 최근 한 달 동안 부시 대통령에 대한 공화당원들의 불신이 16%에서 30%로 증가한 것은 보수파의 이탈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워싱턴=권순택 특파원 maypo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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