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만명 살린 ‘중국의 쉰들러’

  • 입력 2006년 3월 17일 0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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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7년 11월 일본 제국주의의 난징(南京) 대학살 당시 20만 명이 넘는 중국인의 목숨을 구한 독일인 욘 라베(사진) 씨가 ‘중국의 오스카 쉰들러’로 새삼 주목을 받고 있다고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15일 보도했다.

독일 나치(국가사회)당 당원이자 지멘스의 직원으로 난징에 근무하던 라베 씨는 대학살이 일어나자 다른 외국인들과 힘을 합쳐 ‘국제위원회’를 조직하고 ‘난징 안전지대’를 설정해 20만 명이 넘는 중국인들에게 은신처와 음식을 제공했다.

라베 씨는 자신의 거주지도 개방해 중국인 650명 이상을 받아들였다. 또 그는 나치 당원 신분을 앞세워 주축국의 한 축이었던 일제에 학살 행위를 중단하라고 호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소용이 없었으며 대학살 희생자는 최대 30만 명에 이르렀다.

그는 1938년 2월 상하이(上海)를 거쳐 독일로 돌아간 뒤 잔학 행위를 담은 영화필름과 사진을 통해 일제의 만행을 고발하고 아돌프 히틀러 총통에게 비인간적 폭력을 중단시키도록 일제에 압력을 행사해 달라고 편지를 보냈다.

하지만 그는 나치 비밀경찰(게슈타포)에 억류돼 심문을 당했고 풀려난 뒤에는 침묵을 강요받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나자 거꾸로 나치 당원이었다는 이유로 연합군에 붙잡혀 고초를 겪었고 1950년 58세로 숨질 때까지 가난에 시달렸다. 그의 묘비는 1997년 난징으로 옮겨졌다.

IHT는 중국이 난징 대학살 이후 69년 만에 라베 씨의 선행에 다시 주목하는 배경에는 학살 행위를 부인하는 일본에 반론을 펼치고 중국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고취하려는 의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은 라베 씨의 거주지에 있던 난징대 구내에 ‘라베 기념관’을 짓고 28권 분량의 상세한 백서를 편찬하는가 하면 각급 학교에서 라베 씨의 행적을 가르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IHT는 중국이 점차 강화되는 일본의 우경화에 대응하면서 중국 사회의 통합을 기하고 사회 불안을 진정시키기 위해 민족주의에 기울고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리쓰메이칸(立命館)대의 데이비드 어스큐 교수는 이에 대해 “중국과 일본은 모두 (2차대전의) 희생자라는 생각에 집착해 왔다”며 “두 나라는 난징보다는 세계 속에서의 자국 위상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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