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면조까지” 유럽 AI 공포 확산

  • 입력 2006년 2월 25일 02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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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에서 조류 인플루엔자(AI)가 야생 조류에서 가금류로 확산되는 조짐이 나타나 비상이 걸렸다. AI가 남미와 북미, 호주를 제외하고 전 세계에 퍼지면서 이에 따른 갖가지 사회, 문화적 영향도 나타나고 있다.

▽야생 백조에서 칠면조로?=대부분의 유럽 국가에서 AI에 감염됐다고 확인된 첫 조류는 야생 백조로 ‘AI 지표종’이라고 할 만하다. 8일 그리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야생 백조와 11일에 이탈리아에서 발견된 야생 백조 8마리에서 H5N1 바이러스가 각각 검출됐다.

이어 독일과 오스트리아, 영국에서도 야생 백조가 AI에 감염됐다는 소식이 공표됐다. 앞서 동유럽 국가들인 헝가리와 크로아티아에서도 야생 백조가 AI에 감염됐다. 유럽에서 왜 야생 백조가 AI에 취약하며 어떻게 감염되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한편 23일 유럽 최대의 가금류 생산국인 프랑스 동부의 한 농장에서 사육 중인 칠면조 1만1000마리 대부분이 집단 폐사했다. 프랑스 당국은 나머지 칠면조를 도살처분하고 폐사 원인을 정밀조사하고 있다.

프랑스의 이 농장에서 H5N1 바이러스가 검출되면 유럽에서 AI가 가금류에 대량 확산되는 첫 사례가 된다. 앞서 22일 오스트리아에서 사육 중이던 닭에서 H5N1 바이러스가 확인돼 유럽의 첫 가금류 감염 사례로 기록됐다.

▽“갈까마귀를 구하라”=영국은 런던의 유서 깊은 관광명소인 런던탑 안쪽의 잔디에서 생활하는 갈까마귀 6마리를 15일부터 탑 안 2.4m 크기의 새장에 감금(?)했다. 갈까마귀가 죽거나 떠나면 런던탑과 대영제국이 무너진다는 전설을 의식한 조치였다.

관리인인 데릭 코일(61) 씨는 “AI에 걸린 야생 조류와 갈까마귀가 접촉하면 감염될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갈까마귀들의 ‘실내 생활’이 얼마나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갈까마귀들은 날개 일부가 인위적으로 잘려 야외 생활 때도 날아서 도망가지 못한다.

▽바이러스 표본 공개 공방=세계보건기구(WHO) 등은 2005년부터 중국 농업부 수의국 자유링(賈幼陵) 국장에게서 H5N1 바이러스 표본을 얻지 못하고 있다. 중국은 전국에서 모은 표본 100여 개를 하얼빈(哈爾濱) 인플루엔자 연구소에 보관하고 연구 중이다.

이 때문에 WHO 등은 베트남에서 입수한 표본으로 백신을 만들었지만 효력이 의문시된다.

중국의 협조 거부는 지난해 ‘바이러스학 저널’ 10월호에 실린 AI 관련 논문이 중국의 H5N1 바이러스 표본을 무단 인용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23일 “어느 나라의 과학자든 자신의 자료와 연구 성과를 보호하기 마련”이라면서도 “그동안 중국 내의 H5N1 바이러스가 큰 돌연변이를 겪었다면 전 세계의 AI 대처 노력은 허사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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