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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6년 2월 20일 03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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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자 회동 사실이 알려지자 팔레스타인은 다시 요동치고 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하마스 의회’가 출범(18일)한 바로 다음 날 팔레스타인 돈줄 죄기에 나서는 등 하마스 무력화 움직임이 가시화되고 있다.
▽극비 3자 회동=2월 8, 9일 미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 열렸다. 이스라엘과 시리아 주재 미국대사를 지냈던 에드워드 제레지언 씨가 회동을 주재했다. 제레지언 전 대사는 ‘제임스 베이커 3세 공공정책연구소 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제임스 베이커 3세는 로널드 레이건 정부 때 재무장관, 조지 부시 정권 때 국무장관을 지낸 인물.
팔레스타인 쪽에서는 마무드 아바스 자치정부 수반의 안보자문관인 지브릴 라주브 씨가 대표단을 이끌었다. 이스라엘 대표단엔 군 정보기관 수뇌였던 우리 사구이 전 장군이 포함됐다.
특히 라주브 자문관은 회동에서 “팔레스타인 내에서 하마스의 지지율은 15%에 불과하다.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릴 수 있다”며 1·25총선 무효화 및 총선 재실시 방안까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팔레스타인에 대한 대외 원조는 파타당 인사를 통해 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 타임스는 이번 회동에 미국이 깊숙이 개입했다고 지적했다. 제레지언 전 대사는 회동을 전후해 국무부 고위 관계자들과 긴밀히 접촉했으며, 회동 결과는 콘돌리자 라이스 미 국무장관을 비롯해 각국 수뇌부에 보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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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동 결과 현실화?=18일 팔레스타인의 새 의회가 출범했다. 그러나 파타당은 하마스가 주도하는 새 의회가 출범하기 3일 전 아바스 수반의 권한을 강화하는 법률을 만들었다. 가장 중요한 항목은 헌법재판소 재판관 9명을 수반이 단독 임명하도록 한 조치였다.
헌법재판소는 의회가 제정한 법률의 위헌 여부를 결정하는 권한을 지녔다. 아바스 수반은 이 헌법재판소를 장악해 하마스가 지배하는 의회의 입법을 거부할 수 있게 됐다. 이 때문에 하마스는 이번 입법을 ‘무혈 쿠데타’라며 강력하게 비난했다.
아바스 수반은 또 18일 새 의회 개원연설에서 하마스에 이스라엘-팔레스타인 평화협정을 준수하도록 촉구했다. 그러나 하마스는 이를 일단 거부했다.
▽이스라엘, 자치정부 ‘돈줄 묶기’=이스라엘은 그동안 팔레스타인 정부를 대신해 세금을 거둬왔다. 하지만 이스라엘 내각은 19일 ‘세금 징수 및 이전 동결’ 조치를 취했다.
제재조치에는 매월 약 5000만 달러의 세금과 관세 이전을 중단하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다.
이날 각료회의에서 에후드 올메르트 이스라엘 총리 대행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를 ‘테러 당국(terror authority)’으로 규정하면서 하마스 정부와 접촉할 뜻이 없음을 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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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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