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강제 노동에 동원됐던 영국군 전쟁포로가 귀국 후 60년간 집안에 틀어박혀 지내 온 사실이 밝혀졌다고 영국 일간지 ‘데일리 미러’가 7일 전했다.
올해 100세인 이 참전용사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포로로 잡힌 뒤 영화 ‘콰이 강의 다리’의 배경이 된 태국∼미얀마 간 철도공사에 동원됐다. ‘죽음의 철로’로 불릴 정도로 악명 높았던 이 공사 과정에서 영국군 전쟁포로 6300명을 비롯해 모두 12만 명이 숨졌다.
그는 1945년 전쟁이 끝난 뒤 영국에 되돌아왔으나 육체적 정신적 충격으로 바깥출입을 하지 못하고 아내와 미혼인 딸의 보호를 받으며 밀실에서 지냈다.
가족 외에는 아무도 그의 존재를 몰랐다. 부인이 죽은 뒤 이웃은 그 집에 딸이 홀로 살고 있는 줄만 알았다. 그 집을 자주 방문했던 사회복지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아내에 이어 지난해 말 딸마저 세상을 떠나면서 그의 존재가 세상에 드러나게 됐다. 딸의 시신을 수습하기 위해 집을 찾아간 관공서 직원이 밀실에서 노인을 발견한 것. 일가친척이 없는 이 노인은 현재 보호시설로 옮겨져 생활하고 있다.
그는 정신장애를 가진 제대 군인을 지원하는 단체 ‘컴배트 스트레스(Combat Stress)’ 관계자에게 “전시 중 육체적 상해는 물론이고 영양실조로 수많은 사람이 미쳐 갔다”고 증언했다.
이 단체의 토비 엘리엇 회장은 “지금까지 접해 온 전쟁 피해 사례 중 가장 심각하다”며 “빨리 발견했더라면 좀 더 치료할 수 있었을 텐데 지금은 해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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