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orld&Words]美가 주문하는 中역할 ‘stakeholder’

  • 입력 2005년 12월 8일 02시 5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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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responsible stakeholder in the international system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이익 상관적 참여자) - 12월 7일자 월스트리트저널》

원래는 로버트 졸릭 미국 국무부 부장관이 9월 뉴욕의 미중(美中)관계위원회에서 중국의 역할을 언급할 때 했던 말이다. 당시 졸릭 부장관은 연설문에 이 대목을 이탤릭체로 인쇄해 돋보이도록 했다. 연설 때는 ‘stakeholder’라는 말을 일곱 차례나 되풀이했다.

중국 정부 관계자들과 학계 인사들은 졸릭 부장관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부상하는 중국(Emerging China)’의 역할에 대한 미국의 주문이 압축돼 있는 말이라는 건 분명했다.

그러나 문제는 중국인들이 ‘stakeholder’의 뜻을 잘 모른다는 데 있었다. 번역도 되지 않았다. 급기야 중국 고위 관리들은 7, 8일 워싱턴에서 개최된 제2차 미중 고위급 전략대회에 참석한 졸릭 부장관을 상대로 재차 진의를 확인하는 상황까지 벌어졌다. “stakeholder가 무슨 뜻인가?”

미국은 정부 홈페이지 중국어판에 ‘이익 상관적 참여자(利益 相關的 參與者·participants with related interests)’라고 번역해 놓았다. 위안화 추가 절상과 지적재산권 보호는 물론 종교의 자유 같은 인권문제에 이르기까지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처신해야 미국과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중국 학계에서는 다양한 번역이 쏟아졌다. 이해 유관적 참여자(利害 攸關的 參與者)는 stakeholder가 이익뿐만 아니라 위험도 부담한다는 의미의 번역이다. 공동 경영자(共同 經營者·joint operators)와 동반자(合(과,해)人·partner), 주주(參股人·shareholder) 등도 나왔다.

stakeholder는 16세기 영국 도박계에서 처음 등장했다고 한다. 나무 막대기(stake)에 판돈을 표시했기 때문. 이후 stakeholder는 판돈을 가진 사람을 가리키게 됐다. 지금은 통상 기업이나 조직에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을 말한다.

이 진 기자 lee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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