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도부 ‘후-원-쩡’ 新트로이카 시대

  • 입력 2005년 11월 28일 03시 0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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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제4세대 지도부가 출범 만 3년째를 맞으면서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원자바오(溫家寶) 총리-쩡칭훙(曾慶紅) 국가부주석의 ‘신(新)트로이카 체제’로 재정립되고 있다. 2002년 11월 권력의 핵인 9인 정치국 상무위원을 새로 구성할 때 ‘후-원 연합’ 대(對) ‘상하이방(上海幇)’ 간의 대립 구도로 짜였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장쩌민(江澤民) 전 국가주석이 이끌었던 상하이방 5명 가운데 쩡 부주석이 최근 후 주석과 전략적 제휴를 한 것이 권력 지형 변화의 직접적인 계기였다. 후 주석의 3각 체제는 옌안(延安)시대의 마오쩌둥(毛澤東)-주더(朱德)-저우언라이(周恩來), 2세대 덩샤오핑(鄧小平)-천윈(陳雲)-예젠잉(葉劍英)에 이은 것이다.》

▽후-쩡의 전략적 협력=18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린 후야오방(胡耀邦) 전 공산당 총서기 탄생 90주년 좌담회는 후 주석과 쩡 부주석간의 밀월 관계를 대내외에 공개한 자리였다. 당시 좌담회에는 원 총리와 쩡 부주석, 중도파인 우관정(吳官正) 중앙기율검사위원회 서기 등 정치국 상무위원 3명이 참석했다. 좌담회 개최를 주도한 후 주석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한 중이었다.

쩡 부주석은 좌담회에서 후 전 총서기를 재평가하는 강연을 맡아 주위를 놀라게 했다. 현 지도부 출범 당시 후 주석을 견제할 상하이방의 가장 강력한 리더로 지목받았기 때문이었다.

후-쩡 협력관계는 지난해 9월 당 제16기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16기 4중전회) 때부터 가시화됐다는 게 최근 미 뉴욕타임스의 분석이다. 당시 쩡 부주석은 장 전 주석에게 “중앙군사위 주석직 사임 의사를 밝히면 정치국 내 상하이방이 이를 반대해 재신임을 받을 수 있다”고 건의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장 전 주석의 사임 안건을 정치국에 회부하지 않고 권력 이양을 바라던 군 수뇌부에 넘겨 그의 사임을 이끌어냈다. 쩡 부주석이 후 주석의 당-정-군(黨-政-軍) 권력 장악을 돕기 위해 공모했다는 것이다.

▽쩡의 변신 배경과 상하이방의 분열=쩡 부주석의 변신은 상하이방을 벗어나 공산당 원로 간부 자제 출신의 태자당(太子黨)을 재건해 새로운 권력 지분을 갖겠다는 계산 때문이라고 베이징 소식통들은 전했다.

한 소식통은 “혁명 원로 1세대의 자제로 태자당의 리더가 되려는 쩡 부주석과 상하이방을 견제해 권력을 강화하려는 후 주석 간의 이해타산이 새 권력구도를 만들어 냈다”며 “쩡 부주석이 상하이방의 좌장격인 우방궈(吳邦國)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및 다른 상하이방과의 관계가 그다지 매끄럽지 못했던 것도 상하이방 분열의 원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후 주석은 그의 권력기반 강화에도 불구하고 상하이방과의 정면대결은 피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편 후 주석이 마르크시즘 학습 열기를 선도하며 새로운 이론 창출을 준비 중이라고 홍콩 언론이 27일 보도했다.


베이징=황유성 특파원 yshw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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