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입헌민주국가로 거듭날까…새헌법안 통과 유력

  • 입력 2005년 10월 18일 03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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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시아파 카퍼레이드15일 국민투표에 부쳐졌던 이라크 헌법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16일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에서 이라크인들이 축하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들의 승용차에는 찬성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던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의 사진이 붙어 있다. 카르발라=로이터 연합뉴스
기분 좋은 시아파 카퍼레이드
15일 국민투표에 부쳐졌던 이라크 헌법안이 가결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자 16일 시아파 성지 카르발라에서 이라크인들이 축하 퍼레이드를 벌였다. 이들의 승용차에는 찬성표를 던질 것을 호소했던 시아파 최고지도자 알리 알 시스타니의 사진이 붙어 있다. 카르발라=로이터 연합뉴스
이라크 선거관리위원회는 16일(현지 시간) 헌법안 찬반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 1차 개표 집계 결과, 과반수가 헌법안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또 전국 18개 주 가운데 투표자의 3분의 2가 반대표를 던진 주는 최대 2개 주에 불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투표율은 61%.

이에 따라 공식 집계가 끝나진 않았지만 이변이 없는 한 헌법안은 무사히 통과될 전망이다.

수니파의 반대표를 결집해 시아파와 쿠르드족이 주도해 만든 헌법안을 무산시키려는 반(反)정부 저항 세력의 의도는 좌절된 셈이다.

▽압도적 찬성=선관위에 따르면 수니파가 유권자의 다수를 차지하는 4개 주 가운데 2개 주에서 찬성표가 많았다. 이들 주 가운데 최소 3개 주에서 반대표가 3분의 2를 넘어 국민투표가 무산될 수도 있다는 일부의 예상이 깨진 것.

전체 500개 투표소 가운데 475개 투표소에서 41만9804표가 개표된 니네베 주에서는 찬성표가 78%로 집계됐다. 반대는 21%.

디얄라 주에서는 40만 표 가운데 찬성은 70%, 반대는 20%, 무효는 10%로 나타났다.

수니파 출신 사담 후세인 전 대통령의 고향인 티크리트가 속한 살라후딘 주와 수니파 저항세력의 주요 거점인 안바르 주는 개표 결과가 아직 집계되지 않았다.

다만 안바르 주의 반미 저항도시 팔루자에서만 10만 표 가운데 97%가 반대표를 던졌다. 유권자의 90%가 투표한 살라후딘 주에서도 반대표가 3분의 2 이상 나올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라크 미군정에서 고문을 지낸 래리 다이아몬드 미국 스탠퍼드대 부설 후버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이는 수니파가 올해 1월 총선을 보이콧한 것은 자승자박(自繩自縛)이었다는 사실을 깨닫고 정치 일정에 참여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 미시간대 주안 콜(중동정치학) 교수는 “수니파 2개 주의 유권자 대부분이 반대표를 던진 것은 이라크 헌법안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일”이라며 “이는 앞으로 테러가 계속될 것이라는 의미”라고 말했다.

쿠르드족 3개 자치주(아르빌, 도후크, 술라이마니야)와 쿠르드족이 다수인 타밈 주, 시아파가 대부분인 바그다드 남부 10개 주에서는 예상대로 찬성표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목소리는 높이지만…=조지 W 부시 미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이라크 국민투표는 반테러 진영의 승리”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는 “부시 행정부는 이제 고비 하나를 넘은 것”이라며 “앞으로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도 미 행정부 고위 관리의 말을 인용해 “이라크의 정치적 민주화는 한 단계 진전됐을지 몰라도 이라크 내 치안 불안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수니파 종교 지도자들이 선거 결과에 불복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적신호’다.

수니파 이슬람성직자협회의 압둘 살람 알 쿠바이시 씨는 “미국이 투표 과정에 개입했다”면서 “헌법안이 통과된다면 점령군(미군)에 맞서는 공격이 일어나 치안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 기자 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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